다가섬과 거리 둠

한강의 「채식주의자」읽고

by 노에시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영혜라는 인물의 독특성을 바라보는 세 관점에 주안점을 두고 묘사되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남편의 관점, ‘몽고반점’ 형부의 관점(영혜 언니 남편), ‘나무 불꽃’은 영혜의 언니 관점으로 서술되었다.



영혜는 꿈을 꾼 뒤로부터 고기를 먹지 않았다. 이 한 가지 변화는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녀의 남편에게 영혜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불편한 존재로, 뒤로 가서는 영혜는 남편에게 낯선 타인이 되어버린다. 남편의 직장 부부동반 식사 자리에서 부인들은 영혜를 한순간에 채식주의자로 판결을 내린다. 그리고 부인들은 현대인의 지성을 표방하며 논박하려 든다. 시답지 않은 채식주의에 대한 위험성 고발, 영혜의 독특성이 매몰되는 순간이었다. 사회질서의 선을 넘으려 할 때 사회는 은폐된 폭력성으로 대응한다. 그리고 한순간에 개인의 독특성을 고립시킨다. 잔혹한 동화처럼.



남편의 삶을 이끄는 원동력은 ‘남들과 같은 평범함’에 있었다. 평범한 직장, 평범한 집, 평범한 아내로 구성된 그의 삶은 세상의 질서와 규범에 편승한 인생이었다. 남편에게 영혜는 평범함이란 시간 속에 매일 같이 동일하게 작동하는 시계와 같았다. 그녀가 오전 6시에 밥을 차려주지 못하면 그는 일과가 비틀어져 고장 나는 태엽 형 인간이었다. 작가는 ‘평범함’이란 용어에 은닉하고 있는 특성으로서 결코 타인과 섞여 들어가려 하지 않는 냉대한 인간상을 영혜 남편이란 인물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평범함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립과 외면이란 이름의 살인을 저질러 왔는가.



다음은 몽고반점이다. 영혜의 형부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형부는 영상예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아내에게 영혜가 아직도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듣는 순간 그는 흥분하고 만다. 몽고반점은 성인 되면 자연히 퇴화한다. 순수했던 시절의 흔적이 영혜의 몸에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은 형부에게 영감의 원천으로 다가왔다. 성적 욕망과 예술의 욕망이 뒤섞인 그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 캠코더 앞에 둘은 온몸에 화려한 색채의 꽃을 그린 채, 격렬하게 관계를 맺는다. 그들은 인간도, 짐승도, 꽃도 아니었다. 형부가 바랐던 것은 에메랄드빛을 발하는 영혜의 몽고반점처럼 순수한 태고로 회귀하는 욕망이었다. 결국, 아내에게 현장에서 걸리게 된 그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작가는 남편과 달리, 형부가 타인이었던 영혜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열정을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불 속에 열렬히 몸을 던져 불사하는 나방처럼. 타인의 독특성과 하나가 되려는 열정은 자신의 흔적마저도 지워내는 파괴성을 갖고 있음을.



마지막 영혜의 언니는 남편과 이혼하고 아픈 영혜를 돌보는 일을 선택했다. 정신병동에 갇힌 영혜는 이제 나무가 되려고 한다.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영혜는 곧 자신의 손에서 하얀 뿌리가 돋고 몸에서 검은 줄기가 뻗어 나갈 거라 믿고 있다. 육식뿐만 아니라 식사도 거르고, 인공호스로 미음을 주입하려는 간호사들의 손길을 뿌리치며 식도를 닫은 채로 말이다. 그 그로테스크한 광경은 영혜의 언니가 겪은 남편의 불륜 현장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머리로는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건 영혜가 아팠기에 남편에게 전적인 책임을 묻는 듯하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영혜가 자신의 동생이라고 말하며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보살피면서도, 동시에 남편과 불륜을 저질러 버린 그녀에게 다가설 수 없는 감정을 품고 있다. 언니는 영혜와 이해관계와 수많은 나무뿌리처럼 감정들로 얽히고설켜 있기에. 자연의 법칙에서 인간이 벗어나지 못하는 사실을 아는 것처럼, 영혜를 중심으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언니는 수긍하려고 노력하지만, 무척이나 버겁다.



그 묘한 감정은 나무가 되려는 영혜의 이질적인 독특성에 투사되고 있다. 다가서고 싶지만 다가설 수 없는. 일정 거리를 두어야 하는 아련한 감정. 영혜와 언니의 각기 다른 독특성은 서로 닮았다고 하기에도, 낯설다고 말하기에도 묘한 감정이다. 작가는 인간이 타인에게 다가섬과 거리를 둠의 중간에 서서 복잡하고 기묘한 감정 어딘가에서 미로 같은 숲속을 헤매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아, 사람이 사람이 뒤섞여 사는 게 이리 괴로운 일이었던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