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앞에 서다

민수기 말씀 묵상

by 노에시스
민수기 12:1~13[새 번역]
12:1 모세가 a구스 여인을 데리고 왔는데, 미리암과 아론은 모세가 그 구스 여인을 아내로 맞았다고 해서 모세를 비방하였다.(a 미디안(합 3:7) 또는 에티오피아)
12:2 "주님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그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주님께서 들으셨다.
12:3 모세로 말하자면,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 가운데서 가장 겸손한 사람이다.
12:4 주님께서는 모세와 아론과 미리암을 당장 부르셨다. "너희 셋은 회막으로 나오너라." 세 사람이 그리로 나갔다.
12:5 주님께서 구름기둥 가운데로 내려오시어 장막 어귀에 서시고, 아론과 미리암을 부르셨다. 그 두 사람이 나가 서자
12:6 말씀하셨다. "너희는 나의 말을 들어라. 너희 가운데 예언자가 있으면, 나 주가 환상으로 그에게 알리고, 그에게 꿈으로 말해 줄 것이다.
12:7 나의 종 모세는 다르다. 그는 나의 온 집을 충성스럽게 맡고 있다.
12:8 그와는 내가 얼굴을 마주 바라보고 말한다. 명백하게 말하고, 모호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는 나 주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그런데 너희는 어찌하여 두려움도 없이, 나의 종 모세를 비방하느냐?"
12:9 주님께서 그들에게 진노하시고 떠나가셨다.
12:10 구름이 장막 위에서 걷히고 나니, 아, 미리암이 악성 피부병에 걸려서, 눈처럼 하얗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아론이 미리암에게로 다가갔다. 살펴보니, 그 여인은 악성 피부병에 걸린 것이었다.
12:11 아론이 모세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애석합니다. 우리들이 어리석었던 죄와, 우리가 저지른 죄를, 부디 우리에게 벌하지 마십시오.
12:12 미리암을, 모태에서 나올 때에 살이 반이나 썩은 채 죽어 나온 아이처럼, 저렇게 두지는 마십시오."
12:13 모세가 주님께 부르짖어 아뢰었다. "하나님, 비옵니다. 제발 미리암을 고쳐 주십시오."




모세의 지도력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도력의 문제 제기는 모세가 구스 여인과 혼인한 사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구스(에티오피아) 여인은 이집트의 남부지역에 살던 아프리카계 흑인 민족이었습니다. 그녀는 이집트를 탈출할 때 이스라엘 민족과 함께 빠져나온 다인종 무리 중 하나였고, 이스라엘 민족의 단일 역사에서 소외된 자이기도 합니다.



미리암과 아론은 그 혼인에서 인종적 순결성의 상실을 지적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가, 하는 물음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민수기는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 위해 하나님을 중심으로 둔 이스라엘 민족이 추구해야 할 삶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한 흔적이고, 광야 생활에서 다양한 상황적 판단에 관한 그들의 성찰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문제 제기는 민족과 민수기의 주제를 관통합니다.



혼인 문제를 제기한 후에 미리암과 아론은 "주님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시지 않았느냐!"(2절)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말씀 듣는 건, 곧 지도력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모세로부터 지도력을 분배받기를 원했습니다. 지도력의 분배는 하나님이 지시하시는 뜻을 두고서 다른 관점으로 함께 고민해보자는 선한 의도 같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이 둘의 지도력 분배 요구는 어느 정도 합당해 보입니다.



갈대 상자에 실려 보낸 모세의 누이가 미리암이었고, 이집트 왕과 대면할 때마다 항상 모세의 옆에 붙어 대변한 이가 아론이었지요. 모세의 기괴한 탄생기부터 민족의 지도자로 세워지기까지의 여정에서 그들은 상당한 비중을 맡아왔습니다. 그들이 모세와 다른 관점으로 보고 경험했던 바탕에서 얻은 다양한 생각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볼 때, 그들의 요구가 마냥 억지스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모세의 지도력 문제에 어떻게 반응하시는가?



12:8 그와는 내가 얼굴을 마주 바라보고 말한다. 명백하게 말하고, 모호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는 나 주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그런데 너희는 어찌하여 두려움도 없이, 나의 종 모세를 비방하느냐?"



하나님은 미리암과 아론에게 진노하셨습니다. 이는 그들의 판단이 틀렸다고 그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민수기의 의도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모세와 얼굴을 마주하고 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뜻은 추상적이고 몽환적인 환상(6절)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나님의 뜻에는 해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해석이 필요한 부분은 성경의 텍스트에 불과합니다. 성경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뜻은 우리 삶에 명확한 행동과 판단을 지시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 앞에 인간의 역할은 순전히 따를 것인가 하는 물음 앞에 스스로 서는 일입니다.



모세는 자신에게 지도력의 문제를 제기하는 미리암과 아론과 다투지 않았습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뜻대로 따르는 자였습니다. 그들에게 변론하는 건 모세가 아니라 하나님이셨습니다(3절). 모세는 지도력이 의심받는 순간에도 오로지 하나님의 뜻 앞에 섰습니다.



하나님을 따르는 자가 되는 데 필요한 변론, 근거와 자격은 없습니다. 그것은 오로지 은혜로 주어집니다. 그리고 그 은혜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게 하며, 하나님의 뜻은 우리를 역설적인 상황으로 서게 합니다.



13절, 모세가 주님께 부르짖어 아뢰었다. "하나님, 비옵니다. 제발 미리암을 고쳐 주십시오."



미리암이 악성 피부병(문둥병)이 걸린 것도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모세는 미리암을 벌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진노를 막아섭니다. 하나님의 뜻은, 인간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반응하기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단순히 복종을 요구하시는 게 아니라, 의로움, 아름다움, 정직과 성실, 감사, 기쁨, 같이 이 땅에 하나님이 세워 놓은 가치를 추구하고 발견하며 사는 인간이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의 뜻은 우리에게 보다 인간다운 인간의 길로 걸어가게 합니다. 뜻 앞에 순전히 서는 자는 시대를 넘어서까지 통용되는 깊고 넓은 사랑 안에 거하게 만듭니다.



세상에 두 발로 서서 하늘의 뜻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야 할 책임과, 기쁨으로 가득한 이 세계에서 발견하고 추구해야 할 가치들을, 그 분명한 하나님의 뜻을 더 깊이 마음에 떠올리고 세기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아가는 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