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말씀 묵상
민수기 11:31~35[새 번역]
11:31 주님께서 바람을 일으키셨다. 주님께서 바다 쪽에서 메추라기를 몰아, 진을 빙 둘러 이쪽으로 하룻길 될 만한 지역에 떨어뜨리시어, 땅 위로 두 자쯤 쌓이게 하셨다.
11:32 백성들이 일어나 바로 그 날 온종일, 그리고 밤새도록, 그리고 그 이튿날도 온종일 메추라기를 모았는데, 적게 모은 사람도 열 호멜은 모았다. 그들은 그것들을 진 주변에 널어 놓았다.
11:33 고기가 아직 그들의 이 사이에서 씹히기도 전에, 주님께서 백성에게 크게 진노하셨다. 주님께서는 백성을 극심한 재앙으로 치셨다.
11:34 바로 그 곳을, 사람들은 d기브롯 핫다아와라 불렀다. 탐욕에 사로잡힌 백성을 거기에 묻었기 때문이다.(d '탐욕의 무덤')
11:35 백성은 기브롯 핫다아와를 떠나, 하세롯으로 행군하였다. 그들은 하세롯에서 멈추었다.
이스라엘 민족이 아우성치며 그토록 원하던 고기를, 하나님께서 결국 주셨습니다.
성경의 기록을 보면, 하늘에서 새(메추라기)들을 떨어트려 하룻길에 두 자(60cm)를 쌓이게 하셨는데, 사람이 보통 쉬지 않고 하루 동안 걸으면 30~50km 갑니다. 그 양이 상상이 잘 안 됩니다.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또한 상상하기가 어려운 장면이 있습니다. 새들의 사체로 뒤덮인 땅이라니요, 가득 쌓이게 될 때까지 후드득후드득하고 그것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고꾸라지는 소리가 꽤 요란하게 진 안으로 들렸을 텐데, 얼마나 고기가 고팠으면 생명이 죽어 나가는 소리를 듣고도(눈으로도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입맛이 떨어지지 않은 채, 이때다, 하고 달려들어 고기를 탐하는 그들을 상상해 보니까 약간은 소름이 돋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메추라기 고기를 먹으려던 자들이 새들처럼 바닥에 고꾸라져서 죽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이 주시겠다 약속하신 걸 순순히 먹은 것뿐이었는데 말입니다.
하나님은 왜 모세에게 주시기로 약속했던 그 메추라기 고기를 먹으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죽이셨는가?
일종의 시험이었을까요? 잔혹한 사체의 틈을 파고들어 게걸스럽게 고기를 먹으려던 순간을 기다리다가 탐욕스러움에 못 이기시고 분노하신 걸까요? 단지 인간의 탐욕스러운 모습이 역겨워서 죽이신 거라면, 이건 일종의 ‘혐오 살해’ 같은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게 하나님은 절대 혐오를 지시하고 가르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믿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신뢰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분명 약속하기를, 이틀만도 아니고, 닷새만도 아니고, 열흘만도 아니고, 스무날 동안도 아니고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실컷 먹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민11:19-20).
그러나 그들은 땅에 한가득 쌓인 메추라기를 줍기 바빴습니다. 밤이 세도록 종일, 다음 날에도. 그토록 먹고 싶어 했던 고기였는데, 이상하게도 먹지는 못하고 쌓아두기 바빴습니다. 그들은 고기로 배고픔을 달래기보단 소유의 욕심을 채우는 일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드러난 그들의 행태로 보아 그들이 고기를 요구했던 건, 하나님께 자신의 욕망을 채우라는 요구였던 것입니다. 고기가 본래 쓰임을 잃어버리고서 그들의 소유를 위한 소유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그들이 고기를 쌓아 놓는 행위는, 이스라엘 민족을 버리지 않고 돌보시겠다는 하나님의 의지를 ‘외면’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하늘에서 내려주신 ‘만나’도 일용한 양식으로 주어졌습니다. 그것을 쌓아 놓으려고 하면, 하루가 지나자마자 썩게 되었고 벌레가 들끓게 하셨습니다.
사람은 자기를 지키기 위해 외면을 선택하고는 합니다. 외면은 세상을 쓸쓸하고 외롭게 만듭니다. 외면에는 철저히 자기 자신의 입장만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 외면이 완벽하게 완성된 형태를 갖추는 순간은 죽은 생태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죽은 자는 세상의 모든 걸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죽은 새들이 하늘에서 후드득후드득하고 떨어져 시커멓게 변한 땅의 장면은 세상에 외면이 가득 찬 장면 같기도 합니다. 새들은 서로의 몸을 맞닿은 채 누워 있지만, 그 사체들은 서로에게 반응이 없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상상하면서, 어쩌면 민수기는 이 이미지를 통해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외면당하신 분노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담아내려고 했던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1:34 바로 그 곳을, 사람들은 d기브롯 핫다아와라 불렀다. 탐욕에 사로잡힌 백성을 거기에 묻었기 때문이다.(d '탐욕의 무덤')
메추라기 새들의 죽음처럼, 탐욕에 사로잡혀 하나님을 외면한 자들이 땅에 묻혔습니다. 탐욕에 갇혀서 소유를 탐하던 자들은 죽음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탐욕의 무덤에 잠들었습니다. 하나님을 외면하던 그들은 어쩌면 그토록 원하던 걸 얻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고기를 탐하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한 외면이 완성되었으니까요. 죽음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외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