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레고로 노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새로운 레고를 매번 사서 만들진 못했지만 어머니 친구분께서 아들이 갖고 놀던 레고를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주시곤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반 비닐봉지에 담기고 옮겨지다 보니, 완성된 레고들은 쉽게 분리되어 있기 일쑤였다. 게다가 설명서도 없었기에 혼자서 마음대로 다시 조립해볼 수밖에 없었다. 레고 블록들로 집을 만들어보거나, 바퀴를 이용하여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운송 수단이 되는 것들을 상상한 대로, 손이 가는 대로 만드는 것이 낙이었고 지금까지도 그때의 추억이 선명하다.
봉리단길을 걷다가 문득 눈에 밟히는 건축물(?)이 보였다.
회색의 콘크리트 벽돌로 촘촘하고 빼곡하게 쌓아져 있고 작은 창문 하나와 그 위로 오래된 대야와 네모 반듯한 소쿠리들이 포근하게 덮어져 있는 모습.
아직까지도 궁금한 사실은 '완성된 것인가'이다. 물론 지금 그 자체로도 튼튼해 보이고 더 고칠 것은 없어 보인다. 사실 최근에도 봉리단길에 가서 한번 더 둘러보았지만 그대로였다. 이 콘크리트 건물이 유독 눈에 밝혔던 것은 완성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내가 갖고 놀고 만들어봤던 레고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더 친숙하게 느껴졌나 보다.
현재를 살아가다 보면 과거의 내가 겪었던 경험이나, 기억, 추억들이 떠오르며 친근한 느낌이 들곤 한다.
대표적으로 '오징어 게임'을 꼽을 수 있겠다. 처음부터 제대로 끝까지 본 것은 아니지만, 주위에서의 반응들이 뜨거워 유튜브에서 요약한 영상을 봤다. 그중에서 달고나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집에서 국자로 만들어 본 것은 물론이고 국자를 까맣게 태워서 혼났던 일도 떠올랐다. 초등학교 앞에서 가끔씩 달고나 게임을 해주시는 아저씨가 올 때면 친구들이 너도나도 몰렸던 것 까지도. 그 외에 어릴 적 운동회에서 꼭 했던 줄다리기, 동네 친구들과 한 번쯤은 놀아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도 잊지 못할 놀이들이다.
네모난 회색 콘크리트 벽돌이 쌓인 건물은 차가운 느낌이 들 수 있으나, 익숙한 느낌 때문인지 어렸을 때의 따뜻했던 추억 때문인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봉리단길에 올 때면 항상 잘 있는지 찾게 되는 콘크리트 건물, 다음에는 집에 있는 레고로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그렇게 동심에 빠져든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