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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1박 2일 네덜란드 여행 (2편)

반 고흐 미술관, 운하 크루즈에서 힐링과 드로잉

by 조용희

앞서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비행기 타고 무사히 네덜란드에 도착했다.


주목적이었던 아인트호번 방문은 다음 날이니, 첫날은 수도인 암스테르담을 만끽하기로 했다. 마음만은 거창하게 암스테르담 전체를 구경하는 것이 목표였고 반 고흐 미술관 방문을 우선으로 꼽았다.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반 고흐의 그림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다. 그것도 그가 태어난 나라에서.


반고흐 자화상.jpg 반 고흐 '자화상' (2016. 08)


물론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도 그의 작품을 봤지만 그가 태어난 나라에 있는 미술관에서 본다는 것은 또 다른 얘기였다. 마치 파에야를 한국에서도, 다른 나라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전통 나라인 스페인에서 먹어본다는 것은 또 다르게 새롭기 때문.


그리고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그의 이름이 있는 박물관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미술관 혹은 박물관은 모두 지역명이나 대표적인 명칭, 혹은 지은 사람 이름을 따라서 지어진다.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대영 박물관,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이 대표적인 예인데 화가 이름이 아니다. 미술관에 '반 고흐'가 함께 있다는 것은 네덜란드에서도 그에 대한 존경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반 고흐 미술관 앞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마냥 기다리는 것은 시간 아깝다는 생각에 국립미술관을 우선으로 들러 작품들을 보고 오후 네 시경 반 고흐 미술관에 갔다. 그쯤 되니 조금만 기다려도 들어갈 수 있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이라 자세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썼던 일기를 다시 보니 그의 작품 '해바라기'에서 내가 따뜻해짐을 느꼈다고 적혀있었다. 그의 붓터치는 정말 놀라웠고 입체감을 느끼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붓의 획마다 묵직함을 더해줬다. 그러면서도 세밀한 듯 투박한 표현이 매력적이다. 강렬했다.


고흐 해바라기.jpg 반 고흐 '해바라기' (2016. 08)


반 고흐 미술관에서 그의 전반적인 역사와 그림들을 모두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더욱이 그의 작품 외에도 동시대 화가인 쇠라, 마네 등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들도 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긴 시간 동안 있지는 못했지만 그의 일대기, 유화, 소묘 그리고 동생 테오와 오간 편지들까지 보며 두 시간 동안은 그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미술관, 박물관에서 전체를 다 보기엔 하루 반나절도 모자라다. 여행 간 입장에서는 시간에 쫓기다 보니 느긋하게 볼 수 없기에 보고 싶었던, 봤을 때 인상 깊은 작품들 위주로 보고 나머지는 잠시 바라만 보곤 했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산다면 며칠에 걸쳐서 차분히 둘러볼 텐데 하는 아쉬움이 늘 남는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전시를 다 보고 나와 후회는 없는지 다 본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면 '다 봐서 여한이 없다'라고 한 적이 없다.




다음날, 아인트 호번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고 시간이 남아서 암스테르담 중앙역 근처에서 LOVER라는 큰 크루즈를 타게 되었다. 한국어로 된 가이드 오디오가 있어서 설명 들으며 주변 풍경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때 기억에 잊히지 않는 대화가 있었는데, 신혼여행으로 온 한국인 두 사람이 배에 타고 얘기할 때다.


암스테르담 드로잉.jpg 암스테르담 운하 풍경 (2020. 08)


신부가 "사진 좀 찍어줘"라고 했는데 신랑이 "넌 영원히 나에게 찍혔잖아"라는 달콤한 말로 대꾸했다.


솔직히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비웃음의 웃음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어휘 구사에 놀랐을 뿐이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지만 이를 초월한 말이었다. 말로 천냥을 준 듯했다. 그만큼 대단했다. 순간 아무렇지 않은 척, 제대로 못 들은 척하느라 무척이나 용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두 사람의 사랑은 확실히 견고하구나 느꼈다.


한 시간 동안 암스테르담 중앙으로부터 크게 돌며 곳곳을 둘러봤다. 운하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들은 아름다웠고, 건물들과 나무들은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나 길쭉한 느낌의 건물들은 고풍스럽게 귀여웠다.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 평온함을 느끼며 힐링할 수 있었다. 관광하러 온 사람들 틈에서 나도 그 순간 행복한 여행자 중에 한 명이었다. 언젠가 다시 가 볼 네덜란드를 기약하며 추억과 함께 수채화로 채워나갔다.


암스테르담 수채화.jpg 암스테르담 운하 풍경 (2020.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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