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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혼 Jul 16. 2019

교실 이야기

편식에 대한 편견

"선생님, 못 먹겠어요."

"선생님, 저 이거 못 먹어요."

 

 떡볶이는 맛없는 음식이라고 하여서 논란이 된 음식 평론가가 있다. 그가 한 말 중 솔깃한 정보는 타고나면서 느끼는 맛은 정해져 있는데 살아가면서 음식, 맛, 취향이 학습 또는 세뇌 또는 복사되며 맛의 세계가 확장된다는 이야기였다.


 좀 더 찾다 보니 맛의 세계가 또 무한히 확장되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7세 전후로 사람의 식습관이 정해진다는 것이었다. 즉 급식 먹기에 고역을 치르는 우리 아이들이 음식을 거부감 없이 잘 먹으려면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골고루 먹는 경험을 해봐야 하며, 시도해보지 않은 식재료나 음식은 먹기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정말로 그런 것 같다. 하루도 빠짐없이 먹기 싫어하고, 입에 넣어선 화장실에서 뱉어 버리고, 다른 아이에게 몰래 주거나 배가 아프다며 식사조차 거부한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골고루 먹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학기 말이 되면 학기 초에 비해 나아진 것 같지만 그들이 맛을 긍정적으로 느끼게 되었는지, 고통을 참는 것에 익숙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선생님 앞에서 먹던 식습관이 이어질지는 의문스럽다. 이쯤 되면 편식에 대해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문가들 말대로 식습관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시도는 아이들에게 고통만 안겨줄 뿐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외국인들에게 타국의 음식을 고향의 맛이라고 받아들이게 할 수 없듯이 저마다 다른 식습관이 형성된 아이들에게 골고루 먹으라고 강요한다고 정해진 입맛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체의 성장이나 특정한 기술의 체득 시기에 맞게 교육하는 것처럼 이미 형성된 식습관은 존중받고 그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배울 시기를 놓친 아이에게 원어민 발음을 강요하면서 영어를 가르치지 않듯이 이미 식습관이 정해졌기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의 식습관을 편식이 아니라 저마다의 특성으로 존중하며 교육해야 하는 것이다.


 시대 또한 변했다. 아이들의 다양한 식습관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학교 급식에 적응하라는 교육은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정답을 요구하는 일제고사와 같은 과거의 교육방식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발맞춘 급식이라고 보기 힘들다. 영양교육에서도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변화의 출발은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옳다고 배웠지만 막상 사회에선 아침형 인간이니 저녁형 인간이니 한다. 편식도 그렇게 취급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로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아재 입맛이니 어린이 입맛이니 하는 것처럼 편식이란 말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하거나 다르게 식습관을 구분 지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고기형 인간, 야채형 인간, 인스턴트형 인간, 등등......)


 어떻게 개념을 재정의할 것인지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편식에 대한 시선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을 하는 것이다. 즉 아이들의 식습관이 정해지기 전에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가정에서 교육하기 힘들다면 미취학 아동기관에서 다양한 음식을 시도하고 익숙해지게 만들어서 아이들의 식습관이 자리 잡기 전에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한글과 구구단은 진작에 통달했지만 버섯에 질색하는 앞자리 학생이 말을 걸어왔다. 나에게 잔뜩 하소연하지만 잔반 금지를 외치는 영양사 앞에서 편식에 대해 논하는 것도 웃긴 노릇이고 내 식판에 옮겨 담아 버려 주었다. 모든 학생들이 행복해하는 급식 시간을 꿈꾸며, 아이들과 선생의 비밀 회동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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