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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혼 Jul 03. 2019

교실 이야기

우유 권하는 사회

 학교에 우유가 들어오게 된 사연은 머나먼 타국에서 시작된다. 다들 먹고살기 힘든 시절, 아이들의 영양실조를 막기 위해 학교 우유 급식이 실시되었고 우리 한국에 전파되어 오늘도 학교는 우유 급식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우유는 말 그대로 소의 젖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소의 젖은 송아지를 위한 것이고 어린이들을 위한 젖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부감 없이 우유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우유는 저렴하면서도 영양분이 골고루 포함되어 영양이 결핍된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부유한 낙농업자들의 뒤를 들여다보면 우유는 결코 모든 사람을 위한 건강 음료는 아니다. 텔레비전에도 버젓이 나오는 것처럼 유당 분해 효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 따로 광고되며 이는 유당 분해 효소가 없으면 우유는 몸에 맞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즉 우유는 맞는 사람이 섭취해야 하는 기호식품인 것이다.


 다른 음식으로 눈을 돌려 보면 우유의 문제가 더 부각된다. 급식을 먹는데 한 반에 한두 명의 학생이 속이 안 좋다고 거부하거나 먹고 토할 것 같다고 말한다면 사태가 심각해진다. 식중독을 염려하고 학생이 먹은 음식을 조사하고 다른 아이들도 그러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그러면서 우유를 먹을 때는 예외로 취급한다. 아이들이 울렁거린다거나 토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도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우유를 권한다. 우유를 먹으면 키가 큰다는 속설에 따라 또래들보다 뒤처질까 봐 아이가 싫다고 해도 우유를 먹이는 것이다.


 아이들은 유아기에서 나이가 들면서 유당 분해 효소가 줄어들며 우유가 맞는 아이, 우유가 맞지 않는 아이로 나뉘게 된다. 우유가 맞지 않는 아이에겐 힘겨운 싸움이다. 키가 큰다고 하고 배도 고픈 것 같은데 차가운 우유만 마시면 아랫배가 살살 아파 온다. 용케 다 먹었는데 속이 울렁거려 토할 것 같다. 잘 못 먹는데 키는 커야 하니 아이들은 불평 없이 매일 고역을 치른다.


 어떤 것을 시켜도 한 명 정도는 불평을 하는데 우유를 먹을 때는 말없이 순례자처럼 의식을 치르는 것을 보면 정성이 갸륵하기도 하고 안타깝다. 어떤 부모들은 우유를 꼭 먹이라고 부탁도 하지만 그렇게는 못한다. 못 먹는 아이들을 보면 슬그머니 눈을 감아준다.


 이쯤 되면 스무 살이 되어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대학가 음주 문화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강제 음주를 통해 하루에 몇 잔을 먹어야 설사를 하고 속이 울렁거리는지 주량을 알게 되는 것처럼 몇 ml까지 먹으면 아이가 속이 안 좋거나 메스꺼운 지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못 먹는 술을 마셔야 하는 대학생들, 생계를 위해 술로 버티는 어른들, 모두의 모습이 우유 급식을 하는 아이들과 닮아 있다고 생각하니 학교 우유 급식이 하루빨리 변화했으면 한다. (삶은 달걀 급식이라든가, 고구마 급식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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