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생각하며
20살 대학생,
타지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가슴이 쿵쾅거리던 때가 있었다. 아무 일도 없는데 심장이 쿵쾅거렸다. 누군가 대문을 세게 두드리듯 가슴을 두들겼다. 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귀에서 쿵쿵대는 소리에 머리까지 흔들렸다. '왜그러지' 생각하다가, '또 그러네'라는 생각으로, 그러다 불쾌한 기분의 하나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불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이 좋았다.
밥을 먹기가 귀찮았다. 시간이 지나면 배고픔이 사라졌다. 잠을 자고 나면 배고픔이 사라졌다.
나중에 고향 친구들과 사우나를 가서 체중계에 올랐다가 놀랐다. 9킬로그램이 빠져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63킬로그램이었다. 체중계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그런 줄 알았다. 키 175에 54킬로였다.
그런 생활을 하는 중에 나에게 자꾸 이상한 제안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동기였다.
형은 나보다 키가 조금 크고 마른 편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귀찌를 하고 있었는데, 얼굴엔 웃음끼가 있었지만 전반적인 인상에 날카로워 날라리 같은 분위기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서로 좋은 관계였지만 따로 만나서 친해지는 시간을 보내진 않았다.
형은 자기 친구들이 있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인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과정이 이상했다. 형은 자꾸 나에게 연락했다. 나오라고 했다.
내가 낄 자리인가 싶은 적이 많았다.
놀자고 불러서 나가면, 나는 전혀 모르는 자기 친구와 둘이 당구를 치고 있었다. 같이 하잰다. 순간 '왜 불렀지' 하는 생각이 잠깐 스치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당구를 같이 친 적도 처음이었다.
어느 날은 피시방으로 오라고 했다. 자기 친구들 서너명과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는 중간에 먼저 가겠다고 했다. 형은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형이 군대를 갔다. 100일 휴가를 나왔다. 또 나를 불렀다. 이 형과, 형의 여자친구가 있었다. 또 한 명이 더 있었던가. 이 형과 안 친한 건 아니지만 많이 친했던가. 싸이월드에도 나더러 모하냐, 나와라, 그런 말들을 남겼던 것 같다. 내가 가지 않았어도 될, 가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모임에도 자꾸만 불렀다.
그렇게 자꾸 나를 불러댔다.
어느 날, 형의 부고를 들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 슬픈지 뭔지, 그 일과 관련된 어떤 감각이나 생각이 들지 않았다.
늦은 저녁, 대학 건물 앞 벤치에 모여 동기들과 술을 마셨다.
아무 생각 없이 술을 들이켰다. 취기가 올랐다. 피곤해서 엎드렸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냥, 그 형이 생각났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도 살아있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기억 속에 살아있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의미 있게 기억한다면, 죽음의 순간에 조금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형은 지금도 살아있다. 여전히 내 마음에서 그때의 눈빛과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 형과 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게 그의 모습으로 사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내 안에 언제나 기억되고 살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