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할머니의 눈

by 아직


병실에서

작은 새처럼 새하얀 깃털이 풍성한

늙은 할미를 마주한다.

맑고 빛나던

지금은 뿌연 회색 안개 같은 창 너머

저만치 멀어진 빛을 머금은

늙은 할머니의 눈


무엇을 향해 있는지 알 수 없는

좋은 시력에도

흐릿하게 보이는

어디론가 떠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처럼 멀어져 있는

그러다 마지막 인사처럼 겨우 힘주어 내뱉는

'결혼'이라는 말에

내 나이 할미처럼 잊고 살았나

30년생 할미는, 아흔이 훌쩍 넘은 할미는

몇 살이냐는 물음에 이제

일흔을 넘었는가 짚는 동안

결혼을 말하며 성을 내던 또렷한 목소리

거기에 남아 돌아오지 못한 그리움에

마음이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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