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과 나아감: 역전하기 vs 유지하기

수업보다 중요한 것.

by 아직

국어 수업을 하기 위해 교실에 들어 간다. 고1 학생들이 프리미어 리그 5라운드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보고 있다. 맨시티와 아스날의 경기. 맨시티가 1:0으로 앞서 나간다. 마지막 2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진다. 아스날이 1골을 넣어 1:1을 만들고 경기는 무승부로 끝난다. 아이들은 '와~'하는 감탄사와 '대박'이라는 말을 하며 자리에 앉는다.


얼마 전, 우리 축구부 학생들이 1:0으로 이기다가 3초를 남긴 상황에서 실점을 하여 무승부가 났던 경기가 생각났다.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와... 정말 멋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몰아붙여서 결국 골을 만들어 냈어. 쾌감이 엄청나겠어.

/ 맞아요 도파민 미칠 것 같아요. 개멋있어요


그런데 역전하는 것보다 1등이 1등을 하고, 2등이 2등을 해 내는 것이 더 대단한 건 아닐까?

/ ?


너네 그 영상 봤어? 예전에 쇼트트랙이거나 그것과 비슷한 종목이었어. 계주로 빙판을 달리는 경기였지. 우리나라의 마지막 주자가 1위로 달렸어. 마지막에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기쁜 마음에 두 손을 들며 만세를 외쳤어. 그리고는 2등을 했지. 왜냐하면 2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앞발을 내밀어 0.001초 차이로 더 빨리 통과했기 때문이야.

/ 저도 봤어요. 그것 때문에 선수들 모두가 군면제를 받지 못했죠


맞아! 그 경기야. 역전을 한 선수는 얼마나 짜릿했을까. 우리 축구부도 지난주에 그런 일이 있었지. 3초 남기고 실점해서 무승부가 됐어. 왜 그랬을까?

/ 걔네가 골을 넣으려고 미친듯이 뛰었고 저희는 방심했어요.


그치. 걔네는 왜 골을 넣으려고 미친듯이 뛰었을까?

/ 지고 있으니까요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거기에 담겨 있어. 역전이라는 건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몰라. 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기고 싶은, 뛰어 넘고자 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지. 힘든 상황일수록 그런 마음은 더욱 빛을 발하지. 왜냐하면 이기고 있는 입장에서는 힘들수록 힘이 빠지고 집중력이 흐트리지기 쉽기 때문이야. 그런 마음가짐의 상태만 본다면 역전이라는 건 자연스러움에 가까워. 극단적으로까지 말하면 자연스러움은 당연함과도 같지. 그런데, 그런 자연스럽고 당연스러움 즉, 이기고 있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내려 앉아 안주하려는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으면서 정신을 집중하는 것과, 조금만 더 하면 무승부를 만들거나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악착같이 달려들려는 마음 중에서 어떤 마음을 갖는 것이 더 힘들까. 전자와 후자 중에?

/ 아... 아무래도 전자죠.


그렇지. 역전하는 것도 물론 대단하고 훌륭해. 그건 우리가 특별히 생각하지 않아도 느낄 수가 있는 쾌감이자 큰 가치이지. 하지만 우리가 특별히 생각해야 느낄 수 있는 감각은 바로 그거야. 1등이 1등을 하는 것. 이기고 있는 사람이나 팀이 그걸 유지하며 승리하는 것.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 보는 것 또한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알 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생각이 아닐까. 우리가 러닝을 할 때, 목표 지점의 코앞에 와서도 선생님이 뭐라고 하지?

/ "끝까지"요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어. 우리는 목표 지점의 몇 발자국 앞에 서면 속도를 줄이기 마련이지. 자연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달려야만 하지. 말이 길었다. 이제 수업 시작하자!


어렸을 때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수업과 관련 없이 했던 이야기들이 이따금씩 생각이 난다. 때론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그 인상이 남아 있다. 선생님들이 우리 학생들을 많이 생각하고 아껴주셨다는 것. 나는 좋은 수업을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보다 중요한 건, 삶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경험은 아이들의 마음에 양분이 되고, 선생님을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지며 결국 수업의 질도 좋아진다. 같은 수업이라도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때의 선생님들로부터 배운다. 나도 학생들에게 그런, 그때의 그 선생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운: 인생의 출발선과 나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