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을 잃어버린 시대
- 겸손한 삶을 위한 생각
겸손의 참 의미는 무엇일까.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능숙하게 하다 보면, 나의 일에 사명감을 갖고 하다 보면,
자만과 오만이 어느샌가 눈을 부릅 뜬다. 내 마음에 차지 않는 타인들을 내려다 보며 눈을 부릅뜨고 때론 환멸을 담아 보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딱딱하고 뻣뻣하게 굳어머린 마음을 발견한다.
겸손. 겸손의 미덕은 옛말이 되었다. 우리 시대에 겸손은 의심을 받고 있다. '겸손은 과연 미덕인가'.
"~를 참 잘하시네요 - 아닙니다 / 아직 부족하죠 / 더 열심히 해야죠."
이런 대화는 이제 좀 옛스럽다. 대신, "~도 잘해요.", "원래는 더 잘해요"와 같은 대답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런 자신감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자신감과 솔직함에 치이며 겸손은 의심을 받고 있다. 옛 미덕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겸손보다 더 낫다.", "그동안 유교 문화에 너무 길들어져 있었어."와 같은 이야기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자신감, 긍정적인 자기 표현, 유머 등이 한 데 어우러지며 매력으로 다가온다. 오히려 겸손에 가려져 놓치고 있던 중요한 부분, 잃었던 미덕을 다시 찾은 것만 같다.
모든 것은 양면을 갖는다. 긍정과 부정의 속성을 함께 갖고 있다. 겸손도 그렇다. 겸손의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점을 보면서 그와 반대되는, 아니, 반대된다고 생각하는 속성이 보다 부각되고 있다. 그리하여 다시금 겸손의 긍정적 속성이 감춰지는 역전이 일어났다. 그렇게 겸손을 잃어가고 있다. 정확히는 겸손의 참 의미와 겸손을 통해 얻게 되는 무언가들을 잃어가고 있다. 흐릿해져 버린 겸손의 의미...겸손이 미덕이라고 불린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 보면서 겸손한 삶을 살기 위한 생각을 마음에 다져보려고 한다.
우리는 겸손을 잃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더욱 그렇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표현이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SNS 등을 통해 개인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또 다른 무수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분명한, 또는 불분명한 생각을 자극적으로 전달하는 컨텐츠에 노출되어 있다. 이는 표현의 섬세함을 잃게 하고 자극적 표현을 학습하게 한다. 사회적으로도 자신감이나 자만심, 이기심 등이 겸손의 지분을 상당 부분 넘겨 받았다. 그런저런 이유로 겸손을 잃어가는 시대이다.
'겸손'의 미덕은 무엇일까. 겸손하라는 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을 낮추고, 스스로 잘한 점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일까.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타인의 시기나 미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걸까.
과거에는 유교가 중심인 시대였다. 그 시대에 강조되었던 것이 겸손이다. 그러므로 유교관에 따라 겸손을 살필 필요가 있다. 유교의 큰 가르침 중 하나는 자기 수양이다. 자신의 마음을 닦고 덕을 쌓으면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현대에 바라보는 겸손의 일반적 의미인 '자신을 낮추는 것'은 잘못된 의미일 수 있다. 이는 타인을 의식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자기 수양과는 거리가 멀다. 겸손의 일반적 의미가 타인에 대한 의식을 드러낸다는 점은 겸손이 다음의 말들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다른 사람이 보기에 좋지 않다', '요즘엔 겸손보다는 자신감이다.'
하지만 자기 수양에 초점을 맞춰 보면 관점이 달라진다. 경쟁심은 인간의 기본적 속성이다. 그렇기에 경쟁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아이들은 친구'보다 더' 축구를 잘하는 것, 힘이 쎈 것, 키가 큰 것, 싸움을 잘하는 것 등에 쉽게 현혹된다. 그래서 가장 쉽게 드러나는 '힘'으로 학교짱이 되기도 하고, 학교폭력이 일어나기도 한다. 어른도 다르지 않다. 사회에서는 갑질이 끊이지 않는다. 우위에 서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의 타고난 속성이다. 학폭이나 갑질과 같은 비사회적인 행위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을 무시하거나 자신이 낫다는 생각과 함께 우월감을 갖기도 한다. 지나친 우월감은 타인을 자신의 아래에 두는 오만함을 갖게 하고 타인을 무시하게 만든다. 그렇게 마음은 병이 든다. 그렇다면 자기 수양의 관점에서 '겸손'이라고 했던 것은 겉으로 보았을 땐 단순히 '자신을 낮추는 것'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본질적으론 스스로 마음이 오만방자해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겸손해야 되는 상황은 주로 잘했을 때이다. 그 중에서도 타인보다 잘했을 때이다. 그럴 때 자신감을 드러내는 건 자신감에 취해 오만함에 빠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따라서 자신을 낮추는 것은 타인을 낮추려는 자연적이고 본능적인 마음을 누르려는 자기 수양적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아야 자연스럽다. 즉, 자신의 마음을 아름답게 가꿈으로써 타인과의 좋은 관계나 타인으로부터의 좋은 평가라는 부수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계속하여 겸손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려고 한다. 내 마음에 오만방자한 녀석이 잠들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나를 낮추고 더 낮추자. 내 마음을 위해서. 타인을 존중하는 내가 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