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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킹디멘션 Jun 18. 2022

'바람이 허락한 섬' 제주-추자도 1부

제주 올레(18-1코스, 18-2코스)백패킹 리뷰

제주 - 추자도 1부 베스트사진





'바람이 허락한 섬' 리뷰시작


완도 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추자도 07:40분 배를 타기 위해 완도 다도해상 국립공원에 위치한 민박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붉은 바다와 함께 아침을 시작한다.


전날 소나기가 미친 듯이 내려 아침 일출 빛이 보드랍게 다도해를 비추고 있었다.


추자도 여정의 첫 스타트가 좋다.




예전 우수영에서 추자도를 갔다 되돌아올 때 풍랑주의보로 결항이 됐던 기억을 고려해 가장 빠르게 추자도에 도달할 수 있고 비교적 결항에서 자유로운 완도추자행 배편을 이용하게 되었다. 또 추자도까지 약 3시간이라는 시간은 아침 일찍 일어난 탓에 풀리지 못한 피로를 회복할 수 있어 좋았다.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백패킹 매트와 침낭을 꺼내 이부자리를 만들다 2등석 자리에 누워서 가시는 승객들을 보니 침낭과 백패킹 매트 깔고 풀 휴식을 취하는 사람은 나와 내 짝꿍밖에 없었다.


어디서나 땅바닥에서 잘 수 있는 백패커만의 특권인 것 같기도 하고 부끄러움이 없어진 건가? 싶은 생각에 머쓱한 웃음을 짓다 곯아떨어졌다.




지금까지 여행했던 섬들 중 추자도가 가장 인상 깊어 다시 오기를 기약했던 19년으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2022년에 짝꿍과 함께 다시 오게 되었다. 사실 직장을 홍천에서 대구로 옮겨가 마지막 휴가를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떠난 휴가였다.


덕분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22. 6. 4.(토) 부로 올레길 18-2코스가 개장됐고 원계획은 18-1코스를 둘러볼 생각이었지만 개장 후 18-2코스를 걷게 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 6. 4.(토) ~ 6. 5.(일) 사이 거센 바람으로 추자도행 배편은 결항됐고 6. 6.(월) 추자도를 방문한 시점이 첫 오픈날이 됐다.





변경된 18-1코스와 신설된 18-2코스의 시점과 종점은 상추자도 대합실 앞과 하추자도 여객터미널에 각각 위치해 있고 중간 스탬프는 묵리 슈퍼(18-1코스)에서 돈대산 정상(18-1코스)과 대왕상 정상(18-2코)으로 변동되었다.


새로 새워진 간세 올레 스탬프 모형과 기존 나무에서 통짜 쇠 주물로 만들어진 새 스탬프를 보니 18-2코스를 구상하고 만들어 주신 섬마을 주민과 올레 자원봉사자분들의 땀방울이 느껴져 좋았다.


18-2코스를 걸을 때만큼은 이 길을 기획한 의도를 이해하고 집중해서 걷기로 결심했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이름 모를 꽃과 신양리 마을을 지날 때 보이는 빨랫줄, 의자, 벽화를 보며 마을의 정겨움, 아기자기한 맛과 추자 섬 주민분들의 삶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18-2코스의 반짝거리는 새 올레 표식은 새 빨강과 파랑으로 한눈에 들어왔다.




'와!!' 짝꿍과 섬 안의 곶자왈을 통과할 때 때묻지 않은 자연을 보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코스가 개장되기 전까지 억 겹의 세월 동안 움츠렸던 추자 곶자왈의 모습이 22년이 돼서 밝혀진 게 아닌가!


서있는 나무마다 담쟁이과 식물들이 너도나도 춤을 추는 무도회장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지만 길을 만들기 위해 예초작업을 해놓은 땅밑 날카로운 단면적들이 아쉬웠다.


인간의 편의를 통해 자연을 훼손하는 아이러니에 아쉬움이 들었지만, 세계 위에 두발을 딛고, 먹고, 마시는 입장이라 마음속으로 자연에 대한 감사함과 내 나름대로의 실천을 통해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18-2코스는 야자수 타일로 길이 잘 나있어 비교적 걷기 쉬웠고, 추자도 10경 중 하나인 수덕도가 남해 바다 한가운데 서있는 모습이 꽤나 멋져 보였다.



19년도에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이 내 마음속에 서서히 그려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자연에 대한 감사함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18-2코스에 데크박지만 무려 6개를 볼 수 있었다. 다녀와서 구글맵 지도를 보니 예전에 비해 이번 18-2코스가 개장되면서 무려 4개 데크가 신설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추자도를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크루로 와보고 싶다는 생각과 각 데크 박지마다 번갈아가면서 백패킹을 통해 추자도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새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횡으로 걸을 땐 빨주노초였는데 대왕산 5부 능선 즈음 올랐을 땐 무지개색 조화를 볼 수 있었다.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이리 이쁠 줄이야~




알고 보니 2021년 11월에 새로 단장한 용둠벙 숲길~

용이 되기 위한 이무기의 처절한 스토리가 이곳에~


가는 길은 잘 정비가 되어 있었고 절경을 편하게 볼 수 있는 데크들이 많았다.



다행히 야영 금지표시는 없었다.



뜻하지 않았지만 올레길 개장 후 18-2코스를 걸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어 감사했다.




신양 2리 마을에도 햇볕에 바래진 벽화 페인트와 마당에 널린 빨랫감들은 섬마을의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었고 마을 뒤편으로 넘어가는 구간에는 울창하게 우거진 대나무 사이를 통과할 수 있어 좋았다.




이상하게 힘들지 않았지만 온몸이 끈적한 느낌이 들어 온습도계를 확인해 보니 습도가 70 ~ 80프로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이날 바다 위로 뿌연 해무가 추자도를 지나가면서 습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불쾌지수가 높았다.




대왕산을 지나 신양 2리를 통과하자 구) 18-1코스의 옛 자취를 느낄 수 있었다. 18-2코스는 이전 18-1코스에 비해 약 5키로 구간이 증설된 코스라 이 구간부터 19년도의 기억을 꺼내 볼 수 있어 좋았다.



18-2 코스처럼 새롭고 신선한 것도 좋지만 여전히 잘 있는 추자도의 풍경들을 보니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그리움, 안도감,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고 짝꿍에게 19년도의 나와 이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알려줄 수 있었다.




목리 마을에는 풀을 베고 가는 작업 인부들로 분주했고 풀을 가는 소리 사이로 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해녀와 3년 만에 다시 만난 목리수퍼 앞 진돌이를 볼 수 있어 반가웠다.




목리 마을을 지나 돈대산 능선을 타고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연결 짓는 추자 대교를 향해 간다. 돈대산 능선 고도에선 남해바다를 품은 목리 마을과 그 위로 뜨문뜨문 보이는 흰 구름이 평화로운 추자 섬의 모습을 도드라지게 한다.





19년도에 추자 대교를 지날 때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와 섬에 지역 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지나가다 만발한 금개국을 보다 발걸음을 멈췄다. 내 기억 속엔 일제강점기와 추자도는 연관성은 없었던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금개국 덕분에 뉴스 기사를 찾아보게 되었다.


일제에 항거한 추자도민의 정신은 존경받을만하다고 생각된다.





돌담 옆 3층 건물이 119센터라는 게 믿겨지는가?

이어서 나오는 도.래.미.파.솔.라.시.도.를 외쳐야 할 것만 같은 무지개색 돌담은 순수한 추자도 섬과 어울리는 색이다.




어망줄을 손보고 있는 어부들

상추자도를 연결 짓는 추자대교를 통과하고 영흥리를 지나 시내가 있는 대서리에 도착했다. 18-1코스가 절반으로 나뉘어 18-2코스는 10km 어간으로 비교적 쉽게 걸을 수 있었다. 마을에 도착해 종점 스탬프를 찍고 나니 나와 짝꿍은 중앙식당에서 굴비정식을 먹을 생각밖에 없었다.



상추자도 굴비정식의 대가 중앙식당! 미역국도 포함!

3년 전이나 여전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굴비정식을 주문받자 정성스럽게 구워주시고 정갈한 반찬으로 식탁 위에 차려주신다. 그때나 지금이나 맛은 여전했다. 나와 짝꿍은 밥 먹을 때도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말없이 밥 한 공기와 반찬을 추가하며 삽시간에 그릇을 비웠다.


그걸 보시며 '더 필요한 건 없냐?'라고 물어봐 주시는 식당 주인의 푸근한 인심과 함께 저 ~~ 남쪽 섬 추자도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바람이 허락한 섬' 제주 - 추자도 2부에 이어서....



'제주 - 추자도 올레 18-2코스' 유튜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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