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육에 대한 이야기
우리나라의 주식은 무엇인가?
불과 2~30년 전만 해도 당연히 "밥"이라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의 식탁을 보면 '한국인은 밥심이다.'라는 말이 무색하다. 밥, 즉 쌀은 이제 하루에 한 끼 정도만 챙겨도 잘 챙겨 먹는 편이 돼버렸다. 권력은 진공을 허락하지 않는다 했던가, 우리 밥상에서 쌀의 지위는 몰락했지만 새롭게 왕위에 오르는 것도 있다.
바로 고기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고기 소비가 5배 이상 증가했다는 수치는 부정하기 힘들다. 그만큼 우리는 고기를 자주 먹는다. 물론 매 끼니마다 가시적으로 고기를 먹지는 않더라도 분명 육류가 포함된 식품을 먹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기가 귀해 날을 잡아야 먹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 달리 우리에게 고기는 어느덧 주식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 고기는 옛날부터 인기가 많았다. 맛이 없어서 안 먹은 것이 아니라 없어서 못 먹었다. 특히 농경국가였던 우리나라는 가축이 노동력이었고 생산수단이었다. 또 전쟁으로 인한 가난함과 굶주림은 오늘날 식사에 비해 많이 겸손했다. 고기는 꿈도 꿀 수 없었다.
하지만 가난함도 잠시 우리나라는 전 세계 그 어느나라도 해내지 못한 비약적 발전을 해내고 만다. 무려 반세기 만에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됐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게 바뀐 것은 고기 소비율이다. 고기는 워낙 맛있는 식재료이기에 사람들의 경제력에 비례해 소비가 증가한다. 시장의 원리대로라면 수요가 늘어 고기의 가격은 비싸져야하지만 오히려 고기의 가격은 싸진다. 반대로 육류 공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덕분이다.
공장식 축산 덕분이다. 내가 덕분(?)이라 표현한 것은 공장식 축산이 우리에게 무조건적으로 나쁜 영향만을 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현상은 같은 이유임에도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다르듯이 공장식 축산은 분명 인류의 단백질 공급을 원활하게 해 준 수단임에 분명하다. 우리가 지금 원하는 고기를 이토록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소 비용으로 생산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동물이 생명체로써 가지는 기본적인 욕구와 습성을 고려하지 않고 동물을 한정된 공간에서 대규모 밀집 사육하는 축산의 형태. -네이버 지식백과-
하지만 상황이 현상을 만들듯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더 이상 영양이 부족한 시대는 아니다. 적어도 한국은 그렇다. 건강의 키워드가 '다이어트'인 것처럼 말이다. 단순히 우리의 건강이 나빠지는 정도면 괜찮지만 공장식 축산으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기아문제, 환경문제, 동물복지문제 등이다.
이처럼 많은 문제들이 우리가 먹는 고기에 있다 보니 고기 섭취를 중단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된다. 베지테리언이다. 이름처럼 육식을 하지 않고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베지테리언이 있다. 그런데 최근 플렉시테리언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사전적으로는 '준채식주의자'인데, 채식주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사회생활, 건강, 개인 환경에 맞게 부분적으로 육식을 하는 사람들이다. 비건과 같은 완전 채식주의자에 비해 조금 캐쥬얼(?) 한 채식주의라 생각하면 편하다.
채식은 사실 최근에 나온 이슈는 아니다. 21세기가 되면서부터 꾸준히 매년 식품 트렌드에 오르는 트렌드계에 개근왕이다. 하지만 변화가 있다. '채식'이라는 수단은 같지만 원인이 다르다. 기존의 채식은 건강과 종교에 원인이 많았다면 최근 '채식'은 앞서 말한 동물복지에 따른 윤리적 문제 혹은 친환경문제가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상황은 현상을 바꿔버린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감염병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었다. 설마 했던 것들이 사실로 드러나는 것을 목격한 전 세계 사람들은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고기다. 지금처럼 생산된 고기가 과연 옳은가? 공장식 축산 말고 다른 방법으로 지금의 고기 수요를 감당할 순 없는가?
2013년, 햄버거 하나를 먹는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기자들이 모였다. 정확히 말하면 햄버거가 아니라 고기 패티다. 이 패티 한 장은 한화로 약 3억 원, 이 말도 안 되는 가격의 패티의 놀라운 점은 가격이 아니다. 바로 이 패티는 동물로 만든 고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축을 도살해 만든 고기가 아니라고? 그러니까 고기가 아니라는 것인가? 아니다. 고기다. 고기는 고기다. 하지만 가축은 도살하지 않았다. 어이없어하지 않았으면 한다. 실제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이다.
공장식 축산이 문제가 많음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채식밖엔 없었다. 하지만 이 3억 원짜리 '패티'는 우리에게 한 가지 선택지를 제공한다. 이제 뜸은 그만들이고 이 패티에 대해서 말해야겠다.
이 패티는 세계 최초 배양육 회사 '모사 미트'가 만든 세계 최초 배양육 버거다.
배양육? 뭐지?
배양육을 이해 하기 위해선 대체육이라는 단어를 먼저 봐야 한다. 대체육은 말 그대로 고기를 대체하는 식품이다. 고기 대체식품이라 보면 되겠다. 이 대체육은 현재까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대체육은 진짜 고기처럼 만든 인공 고기로, 크게 동물 세포를 배양한 고기와 식물 성분을 사용한 고기로 나뉜다. 대체육 시장은 육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비판, 채식주의자의 증가 등에 따라 향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대체육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첫째, 식물성 원료로 고기를 만드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고기'처럼' 만든다. 식물성 고기라고 불린다. 비교적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왕년에 뷔페 좀 다닌 분이면 가끔 콩고기를 볼 수 있었다. 콩고기가 대표적인 식물성 고기다. 아니면 농심 '짜파게티'에 들어있는 까맣고 동글한 고기(?)도 사실 콩으로 만든 고기다.
둘째, 동물의 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이다. 쉽게 말하면 고기 자체를 키우는 것이다. 살덩이를 키운다...?라고 표현하면 될까? 표현하기 애매하다. 이유는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3억 원짜리 패티가 바로 이 배양육이다.
정리하면, 공장식 축산의 여러 문제들로 인하여 기존의 육식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식품 즉 대체육이 등장했다. 대체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식물성 고기와 배양육이다. (간혹 대체육을 식물성 고기라 말하는 경우도 있다.) 식물성 고기는 비교적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배양육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탓에 조금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때문에 오늘은 이 배양육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세히 해볼 예정이다.
먼저 배양육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 것인지 이해가 필요하다.
배양육을 간단히 정의해보자
과거에는 섭취할 동물세포를 얻기 위해 가축을 키웠다면 배양육은 세포 자체를 키운다는 것이다.
즉 동물을 키워서 죽이지 않고도 동물세포를 배양해 우리가 먹을 고기만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배양육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한 책'클린 미트'의 일부분을 가져왔다.
배양육 생산의 기본과정연구팀이 계획했던 배양육 생산의 기본적인 과정은 크게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
1단계 : 단순 생검으로 소에서 근위 성세포를 추출한다.
2단계 : 세포를 영양소가 풍부한 배양액에 넣어 증식시킨다.
3단계 : 세포에 전류를 가하여 실제 근육으로 자라게 한다.
4단계 : 마지막으로 고기를 수확하고 필요시에는 지방이나 향을 첨가하는 등 후속 과정을 수행한다.
쉽게 설명하면 소의 세포를 추출해 우리가 미생물을 증식시키듯 배양액에 넣어 세포를 증식시킨다. 즉 키운다. 그리고 전류를 이용해 근육을 자라게 한 후 지방과 향을 첨가해 맛 적인 부분을 보완한다.
다음은 배양육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먼저 식품안전 측면에서 장점이다.
사실 공장식 축산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공장식 축산은 좁은 곳에 많은 수의 가축들을 관리하기 때문에 가축들이 서로 오염될 확률이 높다. 또한 도축장에서도 우리가 먹는 고기에 분변오염이 일어날 위험이 굉장히 높다. 대표적으로 장내 대장균, 살모넬라균과 같은 병원성 미생물이다. 하지만 가축을 키우지 않고 세포 자체를 배양하는 배양육의 경우 가축을 기르고 도축하는 과정이 없어지니 이러한 감염질병에 효과적이다.
다음은 에너지 효율성이다.
기존의 고기 생산 방식은 땅, 물, 비료, 기름 등 막대한 자원이 들어간다. 영양가 있고 맛있는 다른 음식을 재배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특히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을 키우는 경우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은 사료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콩의 대부분이 동물용 사료로 소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막대한 양의 콩을 위해서는 엄청난 경작지가 필요하게 된다. 즉 고기 사육을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농작지를 개발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배양육은 막대한 양의 먹이가 필요 없다.
또 배양육이 미래 식량이 된다면 GMO 작물의 숫자를 줄일 수 있다. 미국에서 GMO 작물의 90%가 농장동물의 사료용이다. 세포배양으로 고기를 얻는다면 산업형 농업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정리하자면 대체육은 식품안전 측면과 에너지 효율 그리고 윤리적인 문제에 자유롭고 그 장점에 따라 공장식 대량생산 축산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하지만 대체육에도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바로 진정한 의문점은 우리 식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고기, 닭고기, 돼지 등 수많은 동물 생산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면 기존에 고기를 먹던 사람들이 과연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대체육이 미래 식량이 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다음은 배양육이 미래 식량으로 되기 위해 넘어야 할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비용 문제다.
앞서 말했듯 2013년 최초의 배양육은 3억 원을 호가했다. 물론 해가 지나면서 점차 그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 2019년 4월 이스라엘 회사 Aleph Farms에서는 500g 기준 한화로 약 10만 원 정도까지 낮췄고 미국 배양육 회사들은 500g당 5만 원 까지 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단가가 비교적 높고 또 대량 공급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 앞으로 더욱 많은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다음은 사람들이 먹느냐, 상용화의 문제다.
사람들의 배양육에 대한 인식 문제도 조금은 시급하다. 아무리 싸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배양육이 나와도 사소 비자들의 반감을 사면 무용지물이다. 배양육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가? 먹고 싶은가? 사람들의 인식 문제를 개선하는 일도 기술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규제의 문제다.
바로 정부의 규제다. 과연 식약청이 배양 고기 판매를 승인할 것인가? 말이다. 어쩌면 유전 자재 조작 식품처럼 규제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20년 12월 배양육 업체 '잇 저스트'가 싱가포르 식품청으로부터 배양육 시판 승인을 얻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배양육이 상용화됨에 따라 이런 규제 문제가 더욱 예민하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 식품기업들도 이 배양육에 대한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종합식품기업 '대상' , 'CJ제일제당' 등과 같은 대기업들이 투자와 기술개발을 하고 있으며 배양육 연구개발 스타트업 '스페이스에프'의 등장도 눈에 띈다. 이외에도 수많은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이 차세대 먹거리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배양육은 이처럼 장점에 비례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배양육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육식문화의 문제를 해결할 해결사가 될지 아니면 잠깐 반짝이다 끝날 유행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의 육식문화에 따른 고기생산시스템 문제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이고 또 이것을 해결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출처]
책 '클린 미트' 저자 폴 샤피로
Photo by AMANDA LIM from Pexels
Photo by ArtHouse Studio from Pexels
Photo by Markus Spiske from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