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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닭, 작은 닭 무엇이 맛있을까?

사실, 닭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by 김대영


최근, 상당히 흥미로운 이슈거리가 있다. 바로 큰 닭 작은 닭 논란이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와 대한양계협회의 대립으로 닭의 크기가 주목을 받았다. 사실 다른 식재료라면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주제지만 우리나라 외식시장에서 '닭'이 차지하고 있는 입지가 상당하기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큰 닭, 작은 닭 논란..? 왜?

치킨 공화국, 치느님, 치킨의 민족, 등 치킨은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다. 특히 우리나라 닭의 40~50%가 치킨으로 소비된다고 하니 닭에서 치킨은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치킨 가격이 조금씩 오르더니 이제는 치킨 한 마리가 2만 원(일부 프랜차이즈 매장 기준)이 되어있다. 매년 이 치킨 가격이 논란은 되고 있지만 사실 직장인 월급 말고는 다 오르는 마당에 치킨 가격이라고 안 오를 수는 없으니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비싸다' 생각을 누구나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황교익 씨가 "국내 치킨은 닭이 작아 맛이 없고 비싸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급기야 닭의 크기와 맛에 대한 이야기가 이슈화 된 것이다. 물론, 대한양계협회와 황교익 씨의 살벌한 대립이 사람들의 관심을 가져갔지만 이 논란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떤 문제와 이유로 우리나라 닭이 작아졌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다.

국산 닭, 작은 것은 사실

사실 그렇다. 해외생활을 하신 분들은 알겠지만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작다. 한국 기준으로 닭을 생각해서 재료를 시키면 정말 오랫동안 닭요리만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다른 나라의 닭은 상대적으로 크다. 실제로 세계 육계시장 점유율 1위인 미국 닭의 평균 무게가 2.4kg 인 것에 비하면 1.5kg인 우리나라의 닭은 확실히 작다. 아마? 작은 닭을 유통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지 않을까? 실제로 대부분의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사용하는 닭은 10호다(약 1kg). 그러니까 우리가 치킨으로 먹고 있는 닭은 작은 닭 중에서도 더 작은 닭을 먹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두 마리 치킨이나 옛날통닭이라고 나오는 닭들은 더 작다. (예외는 있지만) 닭의 대부분이 치킨으로 소비되는데, 사용되는 닭의 크기가 작다 보니 우리나라 닭의 크기가 작아진 것이다. 전부터 우리나라 닭의 크기가 작아 비싸다는 말은 나오고 있었다. 실제 닭의 무게가 올라갈수록 원가율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보니 작은 닭만 유통하는 것이 혹시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합리적인 의심도 충분히 가능하다.



큰 닭이 작은 닭보다 더 맛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 점을 가장 궁금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뭐가 더 맛있냐고!!" 답답하지만 사실 맛이라는 것이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1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가지의 입맛이 있다고 하지만 맛의 특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정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맛의 특징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깐 큰 닭이 맛있다 작은 닭이 맛없다는 사실 틀린 말이다.


그렇다면 닭의 크기와 맛의 상관관계를 알면 되지 않는가? 사실 너무 간단하다. 고기라는 것이 어리면 연하고 나이를 먹으면 질겨진다. 또 작은 닭이 살이 연하다 보니 육향은 조금 떨어진다. 반대로 큰 닭은 육향이 비교적 진하다. 그러니깐 적당한 육질과 육향을 위해 너무 어리거나 너무 늙지 않은 적당한 시기를 선택해야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그 적당한 때를 평균 1.5kg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시기가 맛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소비행태에 가장 잘 맞는다라고 말하는 것이 적당하다.

우리나라는 왜 작은 닭?

물론 작은 닭을 유통하는데 경제적인 이유, 효율의 측면이 없겠냐만은 나는 우리나라에 작은 닭이 주로 유통되는 것이 꼭 그 이유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다. 소비자 없는 생산자는 없다. 식문화라는 것이 생산자에게 압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소비자들이 진실로 큰 닭을 원했다면 큰 닭이 유통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왜 작은 닭을 선호할까? "치킨 한 마리 주세요~" 우리가 치킨을 시킬 때 항상 쓰는 단위가 있다. 바로 '마리' , 생각해보면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인분이나 무게(g, kg, 근) 단위를 쓰는데 꼭 닭만 '마리'의 단위를 쓴다. 사실 이게 우리나라 닭의 사이즈를 작게 만든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워낙에 통을 좋아한다. 그러니 통닭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깐 닭은 한 마리 온전한 형태로 판매가 되어야 사람들이 좋아한다. 다른 고기들처럼 부위나 무게 단위로 사는 것에 익숙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한 마리를 사도 부담스럽지 않고 딱 적당한 크기가 형성된 것이라 생각한다.


또 큰 닭을 선호하는 분들의 주장은 우리나라 닭이 너무 작아 육향이 부족하다고 한다. 물론 사실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닭고기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음식들을 잘 살펴보면 사실 장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고기는 양념에 재웠고 구워 먹어도 장을 찍어먹기라도 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음식에서 장을 이용한 양념은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약한 게 있다. 바로 '누린내'다. 누린내라고 말하니 조금 역할 지도 모르지만 생각보다 많은 나라의 고기 요리는 이 육향을 잘 사용한다. 그리고 익숙하다. 하지만 양념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고기 조리법 때문인지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육향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돼지고기가 냄새나서 못 먹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양고기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못 먹는 사람이 많았다. 특유의 육향이 안 맞았던 것이다. 실제로 주변 요리사들에게 물어보니 “외국에서 먹는 닭이 우리나라 닭보다 육향이 진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향을 한국사람들이 좋아할지는 모르겠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양념치킨도 고추장을 이용해서 만든 음식이고 후라이드 치킨도 양념소스에 찍어먹으니 치킨도 역시 장을 기본으로 한 양념이 있다.

후라이드 치킨 (픽사베이)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식감 '겉바속촉' 그러니깐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것을 선호하는데, 치킨으로 그러한 특징을 살리기엔 수분이 풍부한 작은 닭 즉 어린 닭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 앞서 맛이라는 것이 굉장히 주관적이고 답이 없다고 말했으니 작은 닭이 무조건 치킨에 잘 어울린다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여러 문화적 특징,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을 고려하면 작은 닭이 우리나라 치킨 문화에는 더 적합했지 않나?라는 생각이 있다. 물론,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그래서 작은 닭이 옳다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작은 닭이 옳다!!!'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애초에 이 논란이 왜 닭의 크기로 커졌는지 모르겠으나 사실 중요한 지점은 치킨의 가격 아닌가? 일반 소비자들은 닭의 크기가 크건 작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많은 소비자들이 큰 닭을 원한다면 그건 생산자들이 원하지 않아도 바뀐다. 그것이 시장의 원리니까, 하지만 지금 문제는 치킨의 가격이다. 그렇다면 치킨의 가격 상승의 원인이 닭의 크기 때문인가?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향은 있지만 엄한데 불똥이 튄 것이라 생각한다. 치킨 가격 상승의 원인은 인건비의 상승, 식재료 물가상승, 배달산업의 성장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실 닭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나는 작은 닭도 큰 닭도 고를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길 바란다. '큰 닭이 더 맛있다', '작은 닭이 더 부드럽다.' 같은 답 없는 싸움이 아니라 선택지가 좁은 국산 닭 시장 문제를 지적했다면 더욱 좋은 논제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식재료의 다양성은 배제되어왔다.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최선은 무엇일까? 나는 우리의 식문화가 성숙하길 바란다.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길 바란다. 큰 닭, 작은 닭 둘 다 즐길 수 있는 성숙한 식문화가 우리 미래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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