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쓰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 글에 대한 피드백이 온다.
일반적으로 칭찬이지만, 사실 나는 안다. 내가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라 그 수고에 대한 수고비라는 것?
겸손이 아니라 요즘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 단순히 시간과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냥,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것이다. 글을 쓰려고 앉았지만 결국 생각만 하다가 그렇게 시간이 마무리된다.
내가 글을 왜 쓰려고 했지?
글은 또 다른 나의 표정이다. 내가 인상을 찡그리고 쓴 글엔 찡그린 단어가 보이고, 밝게 웃으며 쓴 글에는 밝은 문장이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나 자신의 표정을 기록했다. 특히 힘들거나 억울한 일이 있을 때 쓴 글은 차마 못 본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더 잘 쓰고 싶어서다. 그럼 왜 더 잘 쓰고 싶은가?
글을 잘 쓰는 것은 말을 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말을 잘하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 또, 보고 싶어 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에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은 공평하다.
글은 이 시대 남은 마지막 무기다. 많은 것이 바뀌고 무너져도 글을 쓰는 것에 형태만 바뀔 뿐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쓰는 것은 어쩌면 10년 전 테슬라를 사는 것과 같다.
글을 쓰는 것은 10년 전 테슬라를 사는 것과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자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바를 기록하고 설득한다.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사고한다. 글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더욱 정교한 문장을 사용한다.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 의미를 전달하기에 부족함 없는 단어를 내 글에 장착한다.
글은 누적이고 지속이다. 글만큼 복리효과가 확실한 투자도 없다. 때문에 글은 꾸준히가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몰라도, 어떤 이야기가 나에게 잘 어울리는지 몰라도 꾸준함만으로 확실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 내가 전에 쓴 글을 보고 인상적이라고 했던 친구가 있었다. 물론 누군가에게 칭찬받을 만큼의 글은 아니지만, 글을 읽고 생각에 동의한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깊은 표정을 들킨 느낌이지만, 그 정도는 감수한다.
글의 맥락이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나는 지금 내가 글을 왜 쓰는 걸까? 고민하고 있는 과정이니까,
결국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쓴다.
참고 봐줘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