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서비스가 뭐야?

식품 구독 서비스에 대한 생각

by 김대영


치열한 하루가 마무리되어 퇴근할 때면 고민은 시작된다. 겨우 손가락 하나로 배달 앱을 누비거나 어려운 객관식 문제를 풀 듯 편의점을 방황하지만, 우리에게 닥친 문제는 모두 같다.

오늘은 또 뭘 먹지?

1인 가구의 증가, 혼밥, 나홀로족 등과 같은 개개인의 선택이 중요한 시대다. 과거, 가족의 식사메뉴를 정했던 어머니의 권력이 개인의 자유로 이동했다. 기호에 맞는 음식을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가 생긴 것은 좋은 일이지만 때때로 선택을 위한 과정에 피로를 느낄 때가 있다. 식사메뉴를 정한다는 것은 맛 한 가지를 정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인데, 식사 주체의 경제력, 건강상태, 환경, 주재료의 중복 여부 등 다양한 요소들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므로 사실 쉽지 않다. 오죽하면 ‘오늘 뭐 먹지?’라는 TV 프로그램도 나왔겠는가? 특히 메뉴 선정의 성공 여부는 상당히 결과 지향적이라 그 과정에서의 노력은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상상하곤 했다.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누군가 나를 위해 건강하고 다양하게 맛있는 메뉴를 선택해주길.


그런데 실제 그러한 바람을 실현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바로 최근 구독 경제 키워드로 주목을 받고 있는 구독 서비스다. 주기적으로 다양한 반찬들이 제공되는 반찬 구독 서비스, 아침마다 매일 다른 메뉴의 도시락을 제공하는 도시락 구독 서비스, 매일 다른 과일을 배달해주는 과일 구독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구독 서비스가 우리에게 그리 낯선 시스템은 아니다. 매일 혹은 매월 볼 수 있었던 신문과 잡지, 그리고 매일 다른 유제품을 현관 주머니에 놓고 갔던 요구르트 아주머니 등 생각해보면 과거에도 구독 서비스는 존재했다. 하지만 과거의 구독 서비스와 현재 구독 서비스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먼저 과거 구독 서비스는 철저히 편리함에 목적을 두고 있다. 즉 장기고객을 모집한 뒤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급자들이 배달이라는 편리성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 서비스다. 즉 과거 구독 서비스는 배달이라는 편리함에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지금의 구독 서비스는 편리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린 왜? 구독 서비스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지금의 구독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받는 이유는 먼저 소유보단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가 더 선호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경험에 가치를 두고 소비를 하는 2030 세대의 소비 성향이기도 하다. 소유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과거와 달리 구독 서비스를 통해 매달 타보지 못한 차를 경험하고 심지어는 명품 의류나 주거공간까지도 소유의 개념이 아닌 경험하는 것에 돈을 지불하는 성향을 띄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AI 인공지능 기술 덕분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 넷플릭스, 멜론과 같은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에서 이용자 특성에 맞게 영화를 추천해주는 기능이 바로 이 인공지능 기술로 구현된 기능이다. 덕분에 지금 구독 서비스의 대부분은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나에게 적합한 것들을 선택해주는 큐레이션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앞서 선택의 권력이 상당 부분 개인화된 탓에 현대인들은 무엇을 찾아보고 고르는데 많은 피로감을 느낀다. 나보다 날 더 잘 아는 인공지능 큐레이션이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다.


마지막은 합리적인 소비다. 가성비라고도 불리는데 소비자가 구독 서비스에 지갑을 여는 가장 주된 이유다. 대표적인 예를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면. 침구류는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고 또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이런 침구류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교체해주는 구독 서비스가 있다면? 적어도 나는 할 것 같다. 구독의 의미가 빠르게 변화했다. 구독 가능한 상품과 서비스 형태의 폭이 넓어졌다. 어쩌면 구독과는 어울리지 않는 서비스를 참신한 형태로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의 축은 소비의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적은 온라인 무대는 구독 서비스 시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전통주도 구독이 된다고요?

식품산업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 19 영향으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그에 따라 다양하고 건강한 식사를 원하는 사람들은 반찬, 도시락, 밀 키트 등을 구독한다. 또 새로운 경험을 위한 식품 구독 서비스도 많다. 특히 약 2000가지 종류가 있는 전통주의 특징을 이용해 전문 소믈리에가 전통주를 선택해주는 전통주 구독 서비스, 달마다 다양한 간식을 받아볼 수 있는 간식 구독 서비스, 등 평소 접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것을 소비하는 경험 소비 역시 식품 구독 서비스 시장에서 볼 수 있다. 또 쌀과 과일도 구독 서비스 시장에서 새롭게 서비스되고 있다. 특히 쌀은 도정 직후 15일 이후로 산성화가 되어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공략했다. 신선한 쌀을 소량씩 다양하게 받을 수 있다는 프리미엄에 상당히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식품산업 전반에 걸쳐 도입되고 있을까?


먼저 식품기업 입장에서는 비교적 고정적인 매출 덕분에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진다. 특히 이슈에 예민한 식품기업들에 예측 가능한 경영을 도와주는 구독 서비스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정기구독 모델은 고객들이 진입만 하면 이탈률이 낮으므로 충성스러운 고객 유치에 상당히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구독 서비스를 통해 얻은 데이터들로 고객들의 정확한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은 앞으로 산업의 핵심이 될 고객중심 비즈니스와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식품기업들의 몸풀기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점 때문에 지금도 다양한 식품들이 구독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불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충성고객의 반대는?

식품산업에서의 구독 서비스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유형의 제품군 중에서는 가장 구독 경제와 잘 어울린다. 이유는 식품의 특성 때문인데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또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다른 제품에 비하면 경쟁력 있는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우수한 유통시스템은 신선함이 중요한 식품 구독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식품기업에서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음식은 우리의 입에 직접 들어간다. 그래서 식품엔 A/S가 없다.



문득 식품의 특징을 떠올리게 된다. 몇 가지 특징이 있지만 그중 ‘완전 무결성’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는 식품은 모든 것이 완벽한 상태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100가지 중 99가지가 완벽해도 1가지가 완벽하지 않다면 나머지 99가지도 인정받지 못한다. 정말 질 좋은 제품이지만 머리카락이 나온다든지, 고객들의 피드백 대처가 부족하던지 등 작은 문제들로 고객들은 등을 돌린다. 이처럼 예민한 것이 식품이다. 식품 구독의 다양함과 새로운 경험이라는 화려한 수식에 식품의 완전 무결성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언젠간 고객들의 구독이 독이 되어 병들게 할지도 모른다. 구독 서비스의 본질은 “고객의 취향과 다양한 경험을 얼마나 지속해서 제공해 드릴 수 있느냐 “이다. 나는 앞으로 다양하게 발전할 식품 구독 서비스를 지지한다. 하지만 참신함과 신선함에 가려 식품이라는 본질이 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충성의 반대는 배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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