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시장을 바라보는 4가지의 관점
여전히 코로나의 위험은 계속되고 있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 코로나는 이미 지나간 것처럼 보인다. 오늘은 코로나 시대 비대면 소비의 상징이었던 '배달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최근 배달시장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배달산업은 코로나 비대면 환경에 수혜를 받은 산업이다.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으면서 내가 원하는 음식, 일부 외식이라 착각이 들 정도로 퀄리티가 좋은 음식을 집에서 편히 주문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뉴스가 되었던 부분을 떠올리자면 우리가 평소에 배달음식이라 생각되지 않는 음식도 배달이 되었다. 파스타, 한식, 커피, 빵, 아이스크림, 디저트 등 우리가 평소에 외식으로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 품목들이다.
위 통계는 2020년 한 해 배달앱을 통한 외식 매출이 매장 내 취식과 테아크아웃 매출액을 뛰어넘었다는 기사에서 가져온 것이다. 즉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일 당시 밖에서 외식을 하는 것보다 배달을 통해 외식(?)을 한 경험이 월등히 많았다. 때문에 당시 외식업계에서도 배달에 대한 관심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물론, 외부환경에 의한 일시적 변동이라 생각했지만, 일시적이라 생각했던 것에 비해 많은 외식산업의 시스템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배달산업에 물결에 쓸릴 수밖에 없었다. 배달이 아니면 생존이 불가능했다.
심지어 많은 미디어에서도 앞으로 배달시장의 청사진을 그렸는데, 코로나가 종식돼도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배달문화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렇다면 코로나의 종식이 사실상 이뤄진 가운데 배달산업의 현주소는 어떨까?
배달산업이 최근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배달 등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조613억원으로 지난 해 같은 달보다 3.7% 줄었다. "많은 수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이 수치는 2017년 통계 작성 이후 첫 감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배달앱 이용자 수도 감소했는데, 국내 대표 배달플랫폼인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배달앱 3사의 월간 이용자 수가 3월 395만명에서 6월 305만 명으로 약 90만 명이 감소했다. 사실상 17년도 이후 계속 성장했던 배달산업이었기에 이러한 감소세를 그저 당연한 결과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배달 수요의 감소는 단순한 기업의 실적 감소와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배달산업의 구조는 외식업 자영업자들과 깊게 연관이 되어있기에 조금 더 관심으로 가지고 이 구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2020년, 21년의 배달시장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일부 외식업체의 위생문제, 배달앱 이용자 중 블랙컨슈머 문제, 배달앱들의 수수료 인상 논란, 배달 라이더들의 근무문제, 라이더 공급 부족으로 배달대행비 상승, 등 배달산업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만큼 배달산업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있다. 지금부터는 배달산업을 이루고 있는 4개의 관점에서 지금의 배달산업의 문제를 한번 살펴보려 한다. 배달산업은 크게 소비자, 판매자, 배달중개플랫폼(배달앱), 배달대행업(라이더)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4가지의 입장을 살펴보며 지금의 배달시장이 가지고 있는 진짜 문제의 본질을 살펴보도록 한다.
배달산업의 독점 체재를 막기 위해 경기도에서는 '배달특급'이라는 공공배달앱을 론칭했다. 초기에는 반발도 많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고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소비자들의 공공배달앱 호감도가 크게 증가했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공공배달앱은 1%의 저렴한 수수료를 장점으로 내세워 소비자들의 호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역화폐와의 연동성도 좋아 할인의 수단이 기존 배달앱보다 경쟁 있다는 평가다. 물론, 시행된 정책을 가지고 좋다 안 좋다의 논의를 하자고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배달하면 일반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의견은 '비싸다' 일 것이다. 사실 그렇다. 배민이 나오기 전에도 배달은 있었고, 과거의 배달수수료는 음식값에 녹아있거나, 업체에서 서비스의 일종으로 제공했다. 그러니깐 지금처럼 배달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과금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음식을 편하게 배달해 먹을 수 있는 장점은 생겼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내면서 음식을 먹는 느낌이 든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배달 가능했던 업체들이 떠안고 있던 배달비를 수면으로 끌어올린 것은 아닐까..) 결론은 소비자들에게 지금의 배달수수료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1만 원짜리 음식을 먹으면서 배달비를 4000원을 내야 하는 웃픈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공공배달앱 호감도의 상승이 단순히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앱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공공배달앱은 자영업자들에게 상당히 합리적인 수수료인 1%의 중계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는 소비자들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할 수 있게 한다. 더불어 최근 주목받고 있는 esg, 가치소비가 배달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배달을 한번 시키면 어쩔 수 없이 많이 일회용품을 사용하게 되고 또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비싼 배달음식 가격과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일회용품에 많은 소비자들은 일명 '배달음식 피로'를 느끼고 있다.
최근 중고 오토바이 사이트에서는 125cc 이하 배달용 오토바이의 물량이 쏟아졌다. 일이 줄어 라이더들이 일을 그만둔다는 것이다. 최근 그들 사이에서는 '콜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고 한다. 'call死' 즉 콜이 죽었다는 것이다. 콜이 잘 들어오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단어인데, 한창 배달시장이 호황일 때는 배달기사가 부족할 정도로 콜이 많았지만 밤 9시 이후 매장 취식이 가능해지면서 야간 배달 수요가 급감했다는 이야기다. 또 최근 기름값이 급증하며 사실상 라이더들의 여건이 전에 비해 크게 좋지 않은 상황이다. 여건이 안 좋아진 라이더들은 더 이상 배달이 아닌 물류배송이나 대리운전, 외식업 매장 점포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여기서부터 중요한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배달을 할 수밖에 없던 시기가 생각난다. 당시 홀에서만 음식을 판매하던 곳도 9시 이후 장사를 할 수 없으니 배달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배달을 원래 하던 곳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배달 중개업체와 배달대행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때문에 판매자와 배달중계플랫폼의 보이지 않는 갑, 을 관계가 생긴다. 안 그래도 수익률이 타산업에 비해 적은 외식업이라 배달에 들어가는 수수료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지불해야 했다.
이쯤에서 배달산업에서의 수수료 구조를 한번 알아본다. 사실 많은 분들이 통상 '배달업체'라 말하지만 이는 어찌 보면 굉장히 애매해 모호한 표현이다. 앞선 말했듯이 배달산업이 4개의 구조로 나뉘는 이유가 바로 이 배달에 들어가는 수수료와 연관되어있다. 크게 수수료를 지불하는 소비자와 판매자, 수수료를 받는 배달중개플랫폼과 배달대행업체다. 이 두 업체는 회사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다.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배달중개플랫폼은 우리가 잘하는 배민, 요기요, 쿠팡잇츠 등이다. 배달대행업체는 (푸드딜리버리) 바로고, 생각대로, 부릉, 윙잇, 만나플러스 등이다. 물론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요즘엔 배달 플랫폼 자체에서 라이더를 고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상당수 이구도를 가지고 배달산업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나오는 수수료는 크게 두 가지다. 중개 플랫폼이 받게 되는 중개수수료, 배달업체가 받는 배달비다.
여기서 배달비라는 용어가 상당히 헷갈리고 혼재되어 사용되는데, 한 번 정리해보자. 먼 자 배달원이 배달을 마치고 받는 수입은 배달비다. 이 배달비는 고객이 부담하는 금액과 식당 업주가 부담하는 금액이 따로 있다. 이 중 소비자가 내는 비용을 배달팁이라 한다. 즉 외식업주가 내는 배달대행료와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팁을 합치면 그것이 바로 배달비이다. 이때 일부 배달수수료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모호한 표현이다. 음식이 배달되기 위해서는 배달비와 중개수수료라는 두 가지의 요금을 내야한다. 수수료를 결정하는 요인이 일반적으로 배달대행업과 중개플랫폼이다 보니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비교적 강할 수 밖에 없다.
배달시장 배달비 논쟁에 사실상 불을 지핀 것은 쿠팡이츠가 시작했던 단건배달이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적정의 배달비를 지불하고 배달을 대행한 것인데, 라이더가 한 번에 여러 장소를 방문하고 운이 좋지 않으면 식은 음식, 눅눅해진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기존의 배달시장의 약점을 단건배달이라는 룰을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사실, 배달의 프로세스를 완벽히 이해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는 크게 여의치 않았던 부분이었지만 이 단건배달 경쟁은 배달비 인상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쿠팡 이츠에 단 건배 달에 대응해 배달의민족도 ‘배민1’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 단건배달을 통한 빠른 배달서비스를 강조한다. 이렇게 배달산업 자체에서 단건배달과 일반배달의 구분을 명확하게 해 버린 순간 일반배달로 주문해 먹는 소비자들은 식은 음식이 와도 별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판매자도 마찬가지이다. 일반 배달일 때도 비싸다는 평이 많았던 배달비가 더욱 올랐기 때문이다. 라이더 한 명이 한 건씩 처리할 수 있으니 라이더들이 많이 필요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이슈로 배달산업의 필요는 역대급이었으니, 사실상 시장의 원칙에 따라 라이더들의 몸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판매자들은 소비자와 중개인들에게 끼여 이러지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코로나 상황이 마무리되면서 소비자들은 배달보단 외식으로 눈길을 돌린다. 그도 그럴 것이 2년 동안 미뤄놨던 약속, 회식, 행사를 치뤄야하니 밖에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많다. 재택근무 장려하던 회사, 학교들도 재택을 해제하며 외식시장은 폭발적으로 수요를 회복하고 있는 추세다.
사실, 기존의 홀을 운영하던 외식점포의 경우에는 큰 무리 없이 손님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이에 많은 수로 증가한 배달전문점, 공유주방과 같은 일명 ‘고스트키친’은 급격히 감소하는 배달수요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배달을 중심으로 갖춰놓은 장소이기에 홀도 없을 뿐더러 상권이 형성되어있지 않은 위치에 있기에 오프라인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달전문매장의 앞날은 어떨까?
코로나가 장기화됐던 당시 결국 기존 홀만 운영하던 음식점에서도 배달을 시작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집에서 맛있고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외식업의 정상화가 진행되며 홀과 배달을 동시에 운영하는 업장에게 배달은 큰 매력이 아니다. 이는 외식업 자체의 비교적 낮은 수준의 수익률 때문인데, 일명 배달은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수준의 매장의 경우 음식 하나가 팔릴 때 약 30% 정도의 수익을 가져간다. 하지만 배달비, 및 중개수수료를 부과하는 순간 그 30% 마저도 거의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외식점포 입장에서는 배달보다는 홀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더욱 이득이다. 이 때문에 최근 많은 곳들이 배달의 비중을 줄이거나 그만두고 있는 사례가 많다. 남들 다 해서 시작해 막상 하고 보니, 크게 남는 게 없어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들이 배달로서의 매력을 잃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를 기준으로 그 전에도 활발하게 배달로 소비했던 치킨, 피자, 중국음식, 족발, 보쌈 등은 현재까지 견고하게 매출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배달에 새롭게 들어온 메뉴군들은 사실상 큰 매력을 잃은 것은 사실이다.
사실상 배달산업의 중심 축이다. 지난 2년 동안 급격하게 성장한 배달산업이니만큼 많은 이득을 취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배달앱은 가만히 앉아서 돈 버는구나~”
하지만 사실과 다르게 국내 대표 배달앱 플랫폼은 적자다. 배달산업이 그동안 고성장을 했지만 배달산업의 알 수 없는 구조로 이익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유 역시 과도한 경쟁이다. 현재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산업이라 시장의 파이를 가져오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더욱 이득이라 생각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프로모션, 및 이벤트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 그리고 이는 다양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중개수수료가 대표적인 예이다. 사실 지금까지 배달의 민족은 수수료를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기존의 가격에서 프로모션을 통해 줬던 혜택을 취소하고 원상 복귀한 것이기 때문인데, 소비자, 판매자는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이 올랐으니 인상이라 주장하는 것이고 배달앱 입장에서는 그동안 이벤트로 혜택을 준 것이고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 가격을 원상 복귀한 것이라는 것이다. (배민1 의 경우 심지어 인하라 언급했다.) 이는 배달앱을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을 기만한 것이다라며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배달앱들이 ‘포장비’ 논란으로 또 한 번 이슈가 되었다. 이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요구되는 수수료는 아니지만 배달시장의 구조상 자연스럽게 수수료가 소비자들까지 부담될 것이기에 논란이 된 것인데, 배달비가 비싸 포장을 한 것인데 포장비를 받는다는 단면적 사실에 소비자들은 화가 난 것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는 배달앱이 중개해주는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고, 그들을 통해 포장을 의뢰했다면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은 사실상 이치에 어긋난 것은 아니다. 물론 없던 것이 생긴 것은 너무도 억울한 일이지만 배달앱 입장에서도 본인들의 수익구조가 불명확하고 어려운 상태라 가격을 낮추거나 프로모션을 연장하기엔 부담스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배달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4가지의 입장에서 배달산업을 살펴봤다. 배달산업은 각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엉켜있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 누구도 이득을 보는 것 없이 공평하게? 불만이 많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공공배달앱이 대안인 것 마냥 공공 배달앱을 정책으로 들고 나오지만 시장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처럼 보여 썩 유쾌하지도 않다. 최근에는 합리적인 가격의 수수료 정책을 들고나온 '떙겨요'도 등장했지만 이미 많은 시장을 차지해 버린 대형 플랫폼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이다.
우리의 배달산업은 이대로 사라지게 될 것인가?
누군가 이 비정상적인 경쟁구도를 개선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탈바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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