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독서가 취미입니다.
취미가 뭐예요?
살다 보면 취미가 필요한 상황들이 있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나도 드라마, 예능을 즐기며 유튜브를 밤새 보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에게 취미가 뭐예요?라고 말하면,
“음... 독서? 글 읽는 것 좋아해요.”
이렇게 내 취미는 독서가 되는 거다. 앞으로 이야기할 내용은 현명한 책 읽기의 과정보단 책을 좋아하고 싶고 책 읽기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합리화 독서법이다. 배움보단 위로를 막연함보단 단순한 독서를 응원한다.
내가 학생 때 들었던 말의 대부분은 책에 관련되어있었다
심지어 책은 모든 것을 치료해주는 만병통치약이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
“만화책이라도 좋으니 독서를 해라”
“테레비 끄고 책 읽어라”
책이 우리에게 이로운 점이 많다는 것은 인정하나 어릴 적부터 받아온 책 강요는 점점 책에 대한 적대심만 생길 뿐이었다. 동시에 내가 하지 못한 것을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책 읽기의 동기가 될 순 없었다.
“독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니 어느새 취미가 돼있더라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독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자는 것이다. 독서의 뜻을 풀이하면 ‘글’을 읽는 것이다. 독서의 범위를 책에서 글로 넓혀도 쉬워진다. 짧은 글, 인터넷 기사, 심지어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글도 읽으면 독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어렵다면 글에 관련된 모든 행위도 독서로 만들어 버린다. 서점을 가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훑어보는 행동이 다 독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의미를 넓히기만 해도 반은 성공한 셈이다.
독서에 대한 생각이 넓어졌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책을 골라볼 차례이다. 물론 책을 읽지 않아도 독서이지만 책은 인정하든 안 하든 독서를 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니 장기적으로 독서를 취미로 만들기 원한다면 결국 책을 읽어야 한다. 대신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좋은 책을 고르는 법이 뭘까?
제일 중요한 것은 ‘흥미’이다. 더 단순하게는 재밌어야 한다. 좋은 책은 흥미롭고 재밌는 책이다. 더 나아가 책에서 흥미를 느끼기 위해서 나에게 맞는 책을 고를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책을 고르는 것은 옷을 고르는 것과 유사하다 생각하는데 옷을 사는 과정처럼 나에게 맞는 책을 찾아보자. 처음은 제목과 표지를 본다. 옷의 디자인을 보는 것이다. 제목은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문장 혹은 단어 이므로 제목을 보고 흥미로웠다면 일단 그 책을 집어 든다. 다음은 책의 목차를 본다. 목차는 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독자에게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이 과정은 고른 옷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하는 단계이다. 아무리 디자인이 예쁜 옷도 내가 입을 일이 없다면 못 사는 것처럼 말이다. 이 단계까지 무사히 통과했다면 다음은 사이즈를 체크한다. 책의 첫 부분, 중간 부분, 마지막 부분쯤의 문장과 문단을 읽어보며 글이 이해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글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글의 수준과 내 수준을 맞춰 보는 작업이다. 만약 이 단계에서 글이 어렵거나 너무 쉽다면 재밌게 읽기는 어렵다. 아무리 옷 디자인이 예뻐도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보기 싫기 마련이다.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한 책은 재밌는 책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 한 권에 1분 남짓 시간만 투자하면 될 테니.
자, 이제 책을 읽자.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다. 장소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기 전 등 과같은 시간 독서를 하기보단 책을 읽을 장소를 찾아보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휴일이면 집 앞 카페에서 책을 읽는다. 장소는 익숙하기보단 조금은 낯선 장소가 좋다. 시간의 제약 없이 생각하고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단 10분이라도.
책을 읽으라더니 갑자기 덮으라니 이게 웬 이상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합리화 독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정이다. 독서의 과정은 글을 쓴 작가와 독자 간의 대화의 시간과 같다. 작가는 글을 통해 독자에게 말을 건다. 그러면 독자는 작가의 생각을 공감하고 본인의 생각과 비교한다. 이때 나는 책을 덮어도 된다고 말한다. 생각할 거리가 생기면 그 생각을 미루지 말고 곧바로 생각한다. 신선한 식재료가 맛있듯 살아있는 생각을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 나의 경우는 책 머리말을 보다가도 책을 덮는데 심지어는 책은 5분 읽고 생각만 하루 종일 하기도 한다.
독서는 양보다 질이 중요한데 책을 덮고 작가의 생각을 공감하는 독서는 글을 읽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결국 글 읽기를 통한 생각은 기존의 기계적 독서에서 주도적인 독서로의 전환에 가장 중요한 핵심일 것이다.
“좋은 독서는 책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덮는 것이다.”
독후감을 써보자!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겐 독후감은 학창 시절 백신 없는 바이러스였다. 지금도 독후감을 쓰는 것은 부담스럽다. 물론 책을 읽은 후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하지만 몰라서 안 하는 것은 아니므로 형식적인 독후감은 패스(점차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면 하지 말라 해도 알아서 하게 된다.) 합리화 독서법의 독후감은 책을 다 읽고 쓰는 게 아니다. 책을 읽던 중간에 쓰는 것이다. 한 가지 생각이어도 좋으니 책 한 부분에 혹은 제일 뒷면에 중간중간 생각나는 것들을 적는다. 그리고 마지막은 그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 글쓰기도 역시나 소통의 수단이기 때문에 독자가 있어야 한다. 나의 생각을 읽어줄 독자를 찾아 내 글을 보여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좋은 말은 책에 다 있다.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면 독서는 자연스럽게 재밌다.
시작은 쉬워 보였지만 사실 독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좋은 책을 선택해 재미와 흥미를 느끼며 그다음 책까지 손이 뻗치는 경험이 쉽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하는 순간 독서는 충분히 취미가 된다. 책을 많이 읽는 다독가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한 권을 읽더라도 즐겁게 읽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독서가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