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이들이 카페를 찾는다.
지난달 문득 카드결제 내역을 보았다. 비교적 많은 돈을 커피를 마시는 데 사용했다. 일주일에 적어도 3번은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니 그럴 만도 하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일명 ‘아-아’만 먹는데 커피 맛을 제대로 즐겼다면 따뜻한 아메리카노 혹은 에스프레소를 먹었을 테니 커피 애호가도 아니다. 아마도 커피 맛을 모르고 그저 시원함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디저트를 같이 먹을 돈도 없다. 하지만 쓰기만 한 프랜차이즈 카페나 물을 많이 타서 큰 아메리카노는 먹지 않는다. 나름의 규칙이 있는 것이다. 커피를 많이 마셔서 싼 커피와 비싼 커피의 차이를 직접 경험으로 체득한 것이다.
한입 죽 빨았을 때 꽉 들어오는 찬 기운, 곧이어 씁쓸한 검은 맛이 난다. 이대로 끝나면 싼 커피일 테지만 비싼 커피의 맛은 이제 시작이다. 정확히 말하면 향이겠다. 산미와 고미의 팽팽한 줄다리기에 이어 고소함이 새치기하는 그런 맛, 비싼 커피가 그렇다.
그렇다고 내 입이 고급은 아니다.
커피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나는 카페라는 공간을 좋아한다. 커피의 향처럼 카페도 다양해졌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소품을 통한 인테리어도 있고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나도 여기에 속한다.)을 위해 몰입감을 주는 공간도 있다. 다양한 컨셉과 연출로 우리에게 카페는 더 이상 쓰디쓴 ‘아-아’를 마시러 가는 곳만은 아닌 거다.
좋은 공간에는 좋은 것들이 채워져야 하는 법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다 보니 좋은 커피들을 마시게 되고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난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게아니라 비싼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카페를 가는 것이다.
바쁘고 치열한 일상 속에서 빠져나와 ‘나’라는 사람을 살게 하는 새로운 공간들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비싼 커피를 요구할 것이다. 어쩌면 카페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사람들의 환상을 최대한 표현해내는 공간 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