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을 해야 할 시간
의도치 않게 긴 휴가를 얻었다. 2주 동안의 긴 휴가는 자주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었는지 막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로 인한 휴가였기에 한편으로는 답답했다. 그렇게 나의 휴가는 시작되었다.
일상이 아니었다. 퇴근과 출근 사이 잠만 자러 온 집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집은 달랐다. 집에서의 생활은 나의 일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색했다. 집에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어색했고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끼니도 낯설었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계획을 먼저 세워봤다. 휴가기간 동안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청소하기, 고장 난 전등 갈기, 읽고 싶었던 책 읽기, 글쓰기, 영화보기 등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았다. 할 일을 정리하다 보니 배가 고팠다. 밥을 먹었다. 졸렸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시간은 자꾸만 흐른다. 하지만 세워놓은 계획들은 내일로 자꾸 미룬다. 시간이 충분하니 계획해 놓은 일들을 내일로 미뤄도 된다는 심보다. 합리적인 나이기에 일을 미루는 시간들도 계획의 일부인 양 포장해버린다. 그렇게 시간은 어느덧 휴가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조금은 보람찬 휴가를 즐겨보자라는 목표, 그리고 그에 맞는 계획은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 나는 행동 대신 타협을 하고 있었다. 계획을 줄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번만이 아니었다. 계획을 줄이는 것은 이미 나에게 익숙했던 것이다.
어제 했으니깐 오늘은 안 해도 되겠지? 내일이 있으니 오늘은 괜찮아
오늘은 24시간이 지나면 오늘이 아니다. 내일의 어제이며 어제의 내일이다. 즉 오늘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제 오늘 내일 다 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결국 당신이 세웠던 계획은 축소되고 목표도 조금씩 사라진다. 쉬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휴식은 어제에 대한 회복이며 내일을 위한 도약 이어야 한다. 어제에 대한 보상과 내일을 위한 합리화는 도태된다.
"오늘 열심히 살아 꿈을 이루자"라는 교과서적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상에 지친 우리는 이미 비교과 서적이다.
그렇다면 오늘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인가? 하지만 오류가 있다. 열심히 하기만 하면 안 된다. 그전에 행동을 살펴봐야 한다.
긴 휴가가 마무리되려 한다. 시간을 얼마 남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부분적으로 계획은 이행했다. 비교적 수월한 일은 체계적으로 했다. 물론 대부분이 시간을 소모적인 부분에 사용하지만 휴가라는 생각에 그마저도 즐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계획대로 된 것은 없었다.
가장 더러운 화장실 청소는 안되어있었고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책들은 조금 어려운 나머지 펼치지도 못했다.
우리는 항상 계획한다. 그리고 실행하려 노력한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결과가 좋지 않다. 내가 휴가기간 동안 청소는 했지만 화장실 청소는 하지 않은 것 책은 읽었지만 재밌고 편한 책만 읽은 것 이것이 결과가 좋지 않은 이유이다. 우리는 편하고 쉬운 일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행동들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다. 하지만 진정한 계획은 불편하고 어려운 일을 행함에 있다. 편한 일은 성장을 주진 못한다. 불편하다는 것은 익숙지 않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새로움이다. 즉 성장이다. 성장은 이루고 나아가다는 뜻이다. 머물러서 만족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린 새롭고 불편한 일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것도 오늘.
주제넘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를 향한 이야기도 아니고 단지 나를 자극시키려는 글이다. 불편했다. 나의 치부를 써 내려가는 느낌이었고 스스로 꾸짖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썼다. 불편함이 새로움이라는 것을 알았고 오늘 써야 나를 축소하지 않을 것 같았기에 그래서 나는 오늘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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