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력이 음식의 변하지 않는 가치로 향하길...

다큐멘터리 '안드레와 올리브나무'를 보고

by 김대영


셰프라는 직업은 화려하다. 어딘가 모르게 멋지다. 특히 레스토랑 주방에서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셰프의 모습은 세상 어느 직업보다 멋진 일이라 생각된다. '나'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대부분의 요리학도들이 그들의 화려할 것 같은 멋진 삶에 매료되어 셰프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요리사 초년에 그들의 경력을 단절하고 다른 일을 찾거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는다. 난 그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5시간이 넘는 육체노동, 하루 두 번 약 6시간 정도의 바쁜 서비스를 쳐낼 수 있는 멘털, 정당하지 않은 급여(이마저도 시간이 없어 쓰지 못하지만) 그리고 꾸준한 자기 관리와 계발은 훌륭한 셰프를 꿈꾸는 요리사들이라면 견뎌야 할 코스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치열한 코스를 지나고 인정받아야지만 한 레스토랑의 셰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여기 한 셰프가 있다.

이름은 "안드레 장"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셰프이자 싱가포르의 ‘Restaurant Andre(레스토랑 안드레) ' 의 오너 셰프다. 미쉐린 2 스타를 받았고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쉐린의 별'과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은 레스토랑 평가의 답이 되는 평가기관이니 가히 세계 최고의 셰프라 불러도 무방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안드레 셰프는 돌연 레스토랑에서의 은퇴와 함께 'Andre'의 폐점을 선언한다. 그가 지금껏 쌓은 명성과 명예를 모두 반납하고 말이다.


현재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나' 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그가 맺은 결실이 얼마나 값지고 힘든지 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 단독으로 공개한 다큐멘터리 '안드레와 올리브 나무'에서 셰프 안드레가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사실 안드레 셰프는 철학하는 요리사라 불릴 정도로 요리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는데 다큐멘터리는 그가 추구하는 8가지의 철학(옥타 필로소피)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지금은 폐점한 레스토랑 'Andre'
1. Pure (순수)


“진리는 단순함 속에 있다.” 그는 디테일에 공 들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셰프지만 테이블과 의자 세팅의 각도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테이블클로스 혹은 식탁 나무의 재질까지도 세세하게 신경 쓴다. 그에게 디테일은 결국 본질과 같다. 순수함은 디테일을 보고, 그것에 공들이는 사람에게 큰 가치가 된다. 결국 그가 추구하는 순수함이란 작은 것에 휘둘려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그의 뚝심이다.

때로는 직원들이 같은 질문을 해요. "셰프 우리가 디테일에 공을 들이는데 손님들이 정말 알아줄까요?" 손님 100중에 한 명이라도 우리가 디테일에 공들인 걸 알아챈다면 가치가 있는 일이죠.



2. Artisan (장인정신)


한때 장인이라는 단어에 빠진 적이 있다. 책 '다시, 장인이다.'는 장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장인은 일하는 사람의 전범이다. 일하는 사람의 모범이 될 만한 본보기가 되는 사람이다. 현대적 장인은 전통 기술을 고수하며 그대로 전수하는 역할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며 자기의 지식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창조적으로 일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안드레 셰프를 보며 이 시대의 장인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완벽하게 요리하려면 제가 전부 직접 해야 해요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요 그래서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요 이게 제가 원하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3. South 남부지방


"붉은 진주와 푸른 바닷물도 고향을 떠나면 본래의 투명함을 되찾는다." 이 파트에서는 그가 어떠한 요리인생을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파인 다이닝 불모지인 자신의 고향 타이완에서 요리를 위해 프랑스에서 경력을 쌓는다. 최고를 배우고 싶다는 요리에 대한 그의 열정이 돋보이는 파트였다. 우리 주변에도 참 많은 요리사들이 배우기 위해 무급인턴(스타지)을 자원해 해외 유명 레스토랑 혹은 국내 레스토랑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어쩌면 본래의 투명함을 찾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여태껏 일하면서 가장 큰 칭찬을 받았어요, "안드레 정말 새로운 요리였어, 100% 너만의 요리야."


4. Texture (질감)


"함께일 때 우리는 더 강해진다." 주방은 셰프가 혼자 잘났다고 절대 좋은 요리가 나가는 곳은 아니다. 한 요리사는 주방을 '오케스트라'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표현이 공감된다. 주방은 각각의 요소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현장이자. 기획에서 실현까지 이루어지는 놀라운 공간이다. 그렇기에 상당히 예민한 직업이기도 하다. 때로는 상처를 건드려야 하는 악역이 되어야 하면서 또 때로는 상처를 덮어주는 든든한 동료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재방문 손님이 너무 많아서 메뉴를 몽땅 바꾸겠다고 했죠. 다들 절 쳐다보고 얼어 벼렸어요, 전 이미 정해진 메뉴를 완전히 바꾸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메뉴였어요. 뛰던 사람들이 갑자기 멈춰서 반대로 뛰기 시작했어요.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고요. 그날 영업이 너무 순조로웠습니다. 그 순간에 문득 깨달았어요 우리 팀이 저보다 강하단 걸요. 우리 팀과 함께면 120%를 할 수 있죠."


5. Unique (독특함)

"상상력에 도전하라" 이 부분에서 소개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레스토랑 안드레의 총괄 지배인이자 셰프 안드레의 아내인 '팸'의 이야기이다. 스타 세프 아내로서의 삶을 그녀는 받아들이고 있었다. 많은 부분이 공감됐다. 셰프 안드레는 굉장히 추진력이 강하면서 일밖에 모르는 셰프다. 그리고 가정에 충실하게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미슐랭 스타 셰프다. 이것이 사실 셰프들의 삶일지 모른다. 어쩌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여야 할 시간을 자신의 일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 현실에 참 공감이 갔다. 영상에서의 팸은 굉장히 단단했다. 아니 단단해진 것 같았다. 쓸리고 무뎌져 그녀를 단단하게 만든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와 닿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안드레 부부는 그들이 처한 현실을 각자의 독특함으로 인정하며 위기를 넘긴 것 같다. 각자가 다름을 인정했고 그 독특함을 존중했다.

"저랑 안드레는 전혀 다른 사람이에요 유일하게 맞는 게 취향이죠 하지만 다른 생활습관은 전혀 달라요. 안드레는 코끼리 같고 전 아주 사나운 개코원숭이예요."


6. Salt (소금)


" 눈물 땀 그리고 즐거움 " 레스토랑 안드레의 폐점 하루 전날을 소개한 부분이다. 그날은 안드레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자 레스토랑 안드레의 생일이며 또 폐점을 알리는 마지막 순간이 날이었다. 소금이라는 키워드를 눈물과 땀 그리고 즐거움으로 표현한 것에는 의미가 있을 터 소금의 중의적인 의미를 안드레 레스토랑과 안드레 셰프의 심정의 복잡한 감정으로 잘 표현한 것 같다. 그에게 셰프로서 완벽한 순간은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 되는 순간이나 미슐량 3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지난 시간들 때문에 많은 것들을 놓쳤다고 이야기한다. 직원들과의 관계, 새로운 요리를 만들려는 노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낼 시간이 없는 사람이 싫다고 했다. 지난 시간들에게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바꾸고 싶다고 안드레는 이야기한다. 그것이 레스토랑 안드레가 문을 닫는 이유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셰프로서의 명성과 명예를 반납하는 이유다.

"미쉐린 스타를 반납하는 건 존경의 표시예요. 거부하는 것과는 달라요. 2 스타를 받아 불만일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아니에요. 제가 왜 속상해해야 하나요? 2 스타도 대단한 걸요? 어떤 형식으로든 인정받으면 기쁘죠 전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 없어요. 제 요리실력을 누구한테 증명하지 않아도 되죠 몇 개의 스타를 받을만한 사람인지 증명할 필요 없어요. 그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7. Memory (추억)


"추억은 미래의 창"

레스토랑 안드레가 폐점을 하고 그는 자신의 고향인 타이완으로 집을 옮겼다. 그곳에서 셰프로 클 수 있게 영감을 준 야시장을 추억하며 진짜 음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결국 그에게 고향은 초심이다. 그가 요리사로서 잡았던 생각들을 추억하며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것 같다. '요리란 부자나 럭셔리하게 사는 사람들만 즐기는 게 아니에요. 음식 재료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완벽하게 요리하는 거죠." 앞으로 그가 추구할 미래의 창을 볼 수 있었다.

"왜? 타이완에 돌아오려 하죠? 타이완은 고급 음식 시장이 별로잖아요." "그게 제 임무 같아요 모두 환경이 개선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면 절대 개선되지 않아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에요 저절로 조성될 거라고 기대하면 안 돼요."


8. Terroir(떼루아)

"특정 시간과 장소와 전통과 문화와 지리와 온도의 특성은 영원한 산지에 구성되어있다."

싱가포르와 타이완은 제 고향이죠, 아시아가 제 고향이죠 그러니 제가 어디에 있든 아시아의 이름을 드높일 것이에요. 그게 레스토랑 안드레 폐점에 관한 모든 질문에 답이 될 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제가 무엇을 할지도요. 그에게 장소는 특별함이었던 것 같다. 와인에게 떼루아가 중요하듯 그는 자신의 삶을 하나의 와인으로 보며 자신이 셰프로 클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것이 환경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제 여정을 돌아보니 저에게 멘토 같은 존재가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타이완이에요. 타이완은 저에게 겸손해지는 법을 가르쳐 줬어요. 두 번째는 프랑스예요. 제 미각과 창의력을 훈련했죠. 세 번째 멘토는 싱가포르입니다. 절 남다른 존재, 독특한 존재로 만들어줬죠. 사람들은 싱가포르의 안드레 치앙으로 기억해줄 거예요. 세상에 절 알려 줬죠."
올리브 나무


세계를 음식으로 제패한 후 돌연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으로 간 셰프 안드레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다큐멘터리 '안드레와 올리브나무'에서는 유독 올리브 나무가 반복해서 나온다. 그렇다면 이 올리브나무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안드레 셰프에게 올리브 나무는 어떤 의미일까? 왜 그는 장소를 옮기면서도 올리브나무를 꾸준히 키우는 걸까? 나는 올리브나무가 의미하는 것이 결국 변하지 않는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올리브 나무에 관련한 재밌는 설이 있는데 이는 올리브나무가 인간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물건으로 여신 아테네가 사람들에게 내려준 선물이라는 것이다. 이가 의미하는 바는 결국 음식과 요리는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도움되는 것임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것이 모든 요리사와 음식들이 가져야 하는 변하지 않는 가치가 아닐까? 우리는 종종 음식의 변하지 않는 가치를 잊곤 한다. 크게 보면 행복일터, 인생의 변하지 않는 가치는 행복이고 음식의 변하지 않는 가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결국 그는 많은 경험을 끝으로 그 진리를 깨달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명예와 명성은 수단일 뿐 그를 결국 있게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가치라는 것을


"예전에 호주로 사인회를 갔는데 12살짜리 소년이 왔어요. 책을 들고는 사인해달라고 했죠. 셰프냐고 물으니깐 셰프가 꿈이라고 하더군요. 어떤 셰프가 되고 싶냐고 물으니 50 베스트 세프에 이름을 올리고 미슐랭 세프도 되고 싶댔어요. 저처럼요."

"저는 행복한 세프가 되라고 했어요. "


하루에 15시간 이상 일을 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받지 않으며 불안정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현장 요리사들에게 이 다큐멘터리를 빌어 이야기하고 싶다.


" 당신의 노력이 음식과 요리사의 변하지 않는 가치로 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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