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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Feb 07. 2022

운동을 시작한 지 1년이 됐습니다.

기대했던 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2022년 2월. 운동을 시작한 지 딱 1년이 지났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운동 영상과 피드백을 올려주는 네이버 밴드에서 '개설 1주년' 알림이 울려 알게 됐다. 작년 11월, 출산하고 100일이 됐을 때쯤 운동을 시작했다. 왼쪽 중둔근 통증이 심한 상태에서 반신반의로 남편을 따라 PT 센터에 나갔었다. 늘 야심 차게 시작해 석 달 뒤면 더 야심 차게 운동을 그만둬왔던 지라, 그래도 1년이란 시간을 이어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참 잘했다' 해주고 싶다. 


내가 기대했던 일- 반복된 훈련으로 손에 굳은살이 박인다든지, 체지방률이 20%를 기록했다든지, 준 강사급 운동 실력을 갖추게 됐다든지- 은 생기지 않았다. 몸무게는 둘째 낳기 전으로 돌아갔지만, 첫째 낳기 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했다. 탄탄한 허벅지 근육과 눈에 띄게 각이 진 어깨를 갖게 됐지만 복직 두어 달 만에 빠른 속도로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맞다.. 사라지는 속도는 참 빠르다...) 그래도, 힘은 강해졌다. 근력의 개념이 생긴 것, 힘이 강해진 것. 기대하지 못했던 것들이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다. 


복직한 뒤부터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 오전 운동을 간다. 일하는 엄마가 복직 뒤 운동을 이어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 내 돌봄 공백을 메꿔줘야 하는데 운동에 필요한 최소 시간만큼만 사람을 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을 만큼 나를 지지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나에게는 남편과 엄마다. 육아휴직 기간에도 그랬지만 복직 뒤에도, 주 1회라도 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건 지금 현실에서는 '행운'에 가까운 일이다. 


복직 첫 주 주말. 일주일 만에 녹초가 된 내 '꼴'을 본 트레이너 선생님은 메디신볼을 꺼내왔다. 농구공보다 더 크고 무거운데 가죽으로 둘러싼 근력 운동용 소도구다. 선생님은 '여기서는 아무 생각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풀고 가라'고 했다. 선생님이 건네준 공을 있는 힘껏 던지니 없던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느낌이었다. 50분 동안 '팍! 팍!' 공을 주고받는 소리를 들으며 몸을 쓰고 나니 한결 개운했다. 주 1회 50분 만이라도 오롯이 몸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게 참 좋았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늘 그랬듯 넋을 놓고 덤벨을 들어 올리는 나에게 '아직 죽지 않았어!'를 외쳐줬다. 운동 횟수가 줄었으니 몸 전체를 쓰는 운동이 필요하다며 프로그램을 전과 다르게 짜줬다. 1년 전 운동을 시작했을 때, 모유수유 중이니 그에 맞춰서 운동시간을 잡으라고 배려해줬다. 복직 뒤에는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미뤄둬도 토요일 오전 시간을 먼저 비워뒀다. 내 소중한 트레이너 선생님도 아들 둘, 일하는 엄마다. 토요일 오전 그녀도 자신의 아이들을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출근했을 터다. 내가 종종거리며 회사를 다니고 아이들을 돌보듯 그녀도 종종거리며 자신의 일과 가정을 지키고 있겠지. 그녀의 주말 노동 무게가 얼마만큼인지를 알기에, '3개만 더!'를 외칠 때 이를 악 물고 세 번을 더 들어 올린다. 누구보다, 잘 아니까. 


누가 뭐래도,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들에게 미안해도. 나의 소중한 여자 트레이너 선생님과 함께 운동을 계속 이어나갈 거다. 밴드 개설 2주년 알림도 울리기를. 그땐 지금보다 근육량이 좀 올라 있기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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