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다오'_옐로스톤

세계 최초, 여전히 최고인 옐로스톤 국립공원 가족 여행기.

by SAN

_Yellostone 국립공원.


지난 2월 말, 뉴욕 근무를 마친 직후 3주간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남부 플로리다에서 시작해 중부 그랜드서클을 돌고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끝나는 어마어마한 여행. (어쩌다 보니 거의 매일 숙소를 옮긴, 즉 매일 짐을 풀었다 넣었다를 반복한... 어마무시한 여행이었다!) 당시 여행지를 정할 때도, 막연히 가보고 싶었던 곳이 옐로스톤이었다. (미.알.못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본 옐로스톤.) 3주씩이나 가는데! 당연히 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지도를 몇 번을 들여다봐도 옐로스톤은 위치가 참으로 애매했다. 큰 도시를 구경 갔다, 간 김에 들렀다 오는- 그런 지역이 아니었다. 오직 옐로스톤만을 가기 위해 비행기를 따로 타고 가야만 하는 곳이었다. 그때부터 뭔가 '꼭 가고 말겠다' 비슷한 오기가 생겨버렸다.


옐로스톤을 검색해 보면 대체로 형형색색 눈길을 사로잡는 신비로운 온천과 분수처럼 물이 솟구치는 간헐천(Geyser) 사진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나는... 야생 바이슨 사진에 '꽂혀' 버렸다. 집 근처 동물원에서 본 바이슨. 미국에서야 처음 실물을 본 동물. 머리가 너무나 거대한 그 신기한 동물을, 야생으로 볼 수 있다니! 그렇게 야생 바이슨 무리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옐로스톤을 다녀왔다.

물론. 이렇게 근사한 풍경도 수시로 볼 수 있지요.


옐로스톤 여행은. 정말이지 처음 해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거대한 '셀프 드라이브 사파리(self-drive safari)'랄까. 차를 타고 가다가 몇몇 차들이 멈춰서 있는 걸 보면 일단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대포통 같은 망원렌즈를 카메라에 장착한 사람들, 전문가용 쌍안경을 든 사람들이 일제히 한 방향을 향해 있다. 눈치껏 차를 세우고 숨죽이고 있으면 저 멀리 귀한 생명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엘크만 봐도 심장이 벌렁벌렁했는데. 본격적으로 만난 첫 야생 동물은 그리즐리 베어였다. 곰... 곰이라니. 야생 곰이 눈앞에 있다니...! 그렇게 여러 동물들을 보며 한참을 다니다가 블랙베어까지 봤을 때는 1호랑 같이 소리도 못 지르고 방방 뛰었다. 운전 중에 바위 위에 있는 '희귀템' 빅혼 쉽(Bighorn sheep)과 운전석 창문 위로 눈이 마주쳤고. 갈까 말까 고민하던 길에 들어섰다 흰머리 독수리(Bald eagle)도 목격했다. (그래, 미국은 발드 이글이지...!) 엘크, Mule 사슴, 땅다람쥐, 마멋, 작은 공룡인 줄 알았던 샌드힐 크레인(Sanhill Crane) 등을 만났고... 그토록 외치던 바이슨은 '뉴저지 사슴 보듯' 수시로 마주쳤다. '바이슨 잼'에 걸려 해질녘 한 시간 정도 도로에 멈춰서 있기도 했다. 바이슨 무리가 도로 위를 지날 때 양쪽 차들이 가만히 멈춰 지나가길 기다리는 걸 '바이슨 잼'이라고 불렀다. 긴 기다림이었지만, 슬쩍 지나가면서 본 바이슨 무리는 평화롭고 경이로웠다. (놀랍게도... 젖먹이 새끼 바이슨은 머리가 작... 작았다! 송아지랑 똑같이 생김.)

어딜 가든 통신은 거의 안 되고, 숙소에서 와이파이도 안 잡히고. 식당 음식도 변변치 않은 불편한 여행지였지만 오랫동안 '최고'로 꼽을 여행이었다. 특히. 나만큼이나 동물에 진심인 다른 여행객들을 지켜보는 게 즐거웠다. 전문가용 망원경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손에 고배율 쌍안경을 따로 들고, 카메라에 망원 렌즈를 달아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는 사람들. 동물들이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고 바라보는 모습들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무해한 진심들'. 참 사랑스러웠다.


유명 간헐천 올드 페이스풀에서는 자전거를 빌려 주변을 둘러봤다. (바이슨 옆을 지날 때는 갑자기 돌진해오지는 않을지 살짝 무서웠지만...) 마그마 열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온천을 지나치며 자전거 페달을 밟은 기억은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옛날 얘기 할 때마다,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다. (2호는 자전거 트레일러에서 내내 잤지만... 그래도. 너도 탄 거야, 자전거.)


지난 3주 로드트립에 이어 이번 옐로스톤까지. 내공이 쌓인 느낌이다. 할까 말까 할 때, 갈까 말까 할 때는 망설이지 말고 '하자, 가자'. 생각하는 횟수를 줄이고 '그냥 해보는 게' 맞다 싶다.


그럴 수 있는 날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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