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이 노래하는 절벽

by 이경


마음에 가끔 절벽이 생긴다. 내 마음인데도 더 이상 물러나 쉴 곳이 없을 때에 다다르는 어떤 지점, 걸음은 멈춰지고 홀로 서서 입술만 꽉 깨물게 되는 곳. 여태 걸었던 길이 흔적도 없이 끊어지는 그런 장소에 다다른 심정이 되었을 때 와 닿는 것들은 나와 비슷한 것뿐이다.


박원의 어떤 노래들을 듣다 보면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실패했던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떨림과 한숨, 망설임이 그대로 묻어나는 저 노래들이 어떤 장면들을 보여주는 바람에 나는 자꾸 서러워진다. 간결해서 더 아픈 가사와 섬세하게 흘러가는 멜로디, 이를 엮는 박원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박원은 앨범 <0M>를 소개하며 '당신의 공감보다 저의 고통을 선택한 앨범'이라고 표현했다. '사랑엔 좀 더 솔직하고 이별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노래'들을 실었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했을 테지만 그래서 이 말은 역설적이기도 하다. 나는 고통을 선택했기 때문에 당신에게 공감하게 됐다. 아픈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절벽에 다다라도 그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리라고, 말하지도 보이지도 못하게 마구 헝클어진 마음을 대신 찬찬히 풀어헤쳐주는 노래가 있는 한은 괜찮을 것이라고 다독일 수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