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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담 Mar 04. 2020

3/3_너의 눈물을 대신 흘려주고 싶어.

매일매일 일기 쓰기 프로젝트(10/365)

  나의 몇 안 되는 친구, Y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식을 듣고 당장 찾아가려 했으나,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말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내 섣부른 마음이 민폐가 되어선 안되니까... 대신 내일 퇴근 후부터 발인까지 자리를 지키려고 한다. 요 며칠 바이러스로 인해 집-회사만을 전전하던 나에게 너무나 씁쓸한 새 동선이 생긴 것이다. 복잡한 심정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여기를 찾아왔다.


 Y는 리액션 장인이다. 선천적인 것인지는 몰라도 엄청난 공감능력으로 고민도 잘 들어주고 헛소리도 잘 들어주었다. 술이 들어가면 어찌나 재밌어지는지. 얌전하고 세심하던 Y가 종종 헐크처럼 감당할 수 없이 과격해질 때면 바닥을 구르며 얼마나 웃어댔었는지.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는 건 내 세계를 지탱하는 기둥 중 가장 단단한 것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적어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꿈을 꿀 때마다 내 마음은 그랬다. 항상 꿈이었기에 망정이지, 겨우 꿈이었다는 걸 알고도 한참을 눈물을 훔치곤 했다. 그러나 오늘 밤이 지나도 Y의 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점이 사무치게 슬펐다.


 같이 조문 갈 준비를 했던 친구들이 나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언제 가는 게 좋을지. 가서 무엇을 도와야 하는지. 무릇 그런 건 가장 어른들에게 물어보는 것인데, 애석하게도 그 그룹에서 나와 Y가 가장 언니 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대답을 제대로 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왜 나는 도대체 아무것도 모르는지 화가 났고, 언제나 나잇값을 못하는 한심한 언니임이 미안했다... 그러나 나와 같이 아직 아무것도 몰라도 되는 나이인데 현실을 짊어져야 할 Y에게 제일 미안했다.


내일 Y를 만나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곧바로 울어버릴지도 모르겠다. Y는 울까? 벌써 눈물도 말라버렸을까? 어느 쪽이든 마음이 아프다. 자연의 섭리대로 누구나 부모를 잃게 되겠지만 어찌 이리 빠르단 말인가. 믿고 싶지가 않다. 그렇지만 오늘 밤이 지나도 우리의 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점이 사무치게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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