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_만우절인데 농담은커녕 공부한다는 늦은 다짐만.
매일매일 일기 쓰기 프로젝트(12/365)
회사에서 책장을 새로 주문했다. 1200*1200짜리 삼단 책장인데 책이 너무 많은 나머지 협소한 공간에도 불구하고 고심 끝에 구매하신 것이다. 책은 전부 실무에 관련된 책이고 업무 특성상 관련 장비 및 기술이 무궁무진해서 출판, 디자인, 기계, 전자, 산업 등 별의별 분야가 다 구비되어 있다. 게다가 각 분야마다 입문용, 전문가용, 교육용 등 수준별 구성으로 이루어져 솔직히 회사에 있는 책으로만 공부해도 5년 치 공부는 너끈히 될 것 같다.
세상에 공부할 게 이렇게 많은데, 나는 뭐 하고 있나. 1200*1200 사이즈의 아직 도착하지도 않는 책장 앞에 서자, 도태되는 중이라는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야심 차게 시작한 새해 계획도 거의 잊어버렸다. 뒤늦게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초반의 그 긴장감과 성취감은 더 이상 들지 않는다. 무엇이든 시작해야 하는데, 또 아무거나 시작할 수는 없다. 미래에 나에게 도움이 돼야 하니까.
주변 친구들은 거의 취준생이다. 이번엔 코로나 때문에 채용 일정이 전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붕 뜬 일정에 허무해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 참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다. 분명 내가 저 입장이었으면 엄청 초조하고 힘들었겠지? 그렇지만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내 모습에 비하면 더 살아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내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성취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 기본법 상의 청소년 나이는 만 24세까지라고 한다. 오늘 업무상 검색하면서 우연히 알았다. 우습게도 나는 아직 청소년이다. 대충 보름 정도 남긴 했지만. 청소년을 벗어나면 청년으로 쳐주나? 그렇다면 다소 기운이 많이 빠졌지만, 다시 힘을 내서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이든 청년이든 최소한 너무 늦은 시작은 아닐 것이다. 어설프게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나중에 이 일기를 보고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길 바란다. 머리부터 늙어버린 사람이 되지 않도록...ㅠㅠ 이 우울함도 아무것도 아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