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호두를 응원해
속껍질의 쌉사래함이
분진으로 내려앉은 너의 어깨
포도 줄기처럼 가는 너의 핏줄을
어루만지고 싶다.
삶의 우둘투둘함을 손끝으로 전하는
너의 집, 너의 쉼터
딱딱하고 좁은 굴곡 속을
무심히도 가득 채웠구나.
그렇게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구나.
무릎을 끌어안고
어깨를 오므린 채
굳어버린 알맹이야.
연함을 숨기려 애쓰는 알맹이야.
딱딱한 것은
너의 껍질로 충분하단다.
딱딱할수록
아픈 매질을 당한단다.
물러지거라.
볶이지 말고 싹트거라.
기왕 아플 거라면
살자꾸나.
호두를 참 좋아해요. 쌉쌀한 데 맛있는 게 흔치 않거든요. 정신 놓고 있으면 그 커다란 통이 잔 가루만 남아있다니까요. 반찬을 해도 맛있죠.
근데 호두들은 다 죽어서 오잖아요. 깔끔하게 손질돼서 알맹이만 오잖아요. 호두 입장에선 얼마나 허무할까 싶어요. 얘네가 우리 맛있으라고 속에서부터 꽉꽉 눌러 차진 않았을 텐데. 누에도 그래, 비단이 백날 예쁘면 뭐하냐고요. 다 누에 목숨 값인데. 차라리 조금 하자 있어도 괜찮잖아. 상품으로써 살지 말고 생명으로써 삽시다, 우리. 잡아먹히지 말고 살고 싶은 대로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