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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담 Feb 15. 2018

기억하고 있어요.

내 작은 마음으로도.

내 작은 마음이 습관처럼 손이 나빠서

선잠을 내게서 숨겨버리면

그 빈자리에 지난 일을 채워보곤 합니다.


사실은 지난 일들로 꽉꽉 채워진 내 작은 마음을

전부 덮기엔 아가잠으론 부족하였으려나요.

잠결은 곱기도 곱다지요.


제 눈에 예쁜 것들을 물어다 놓고

잊어버리곤 한다는 어느 새의 얘기처럼

내 마음의 둥지에 쌓인 조각들이

어느 이 눈엔 마냥 우스울지도요.


그러나 낚아채진 그 순간이

뜰채에 걸리던 때에는

얼마나 아름다웠게요.

바닷소리가 나는 소라를 두 손에 꼭 쥐고

해변을 달음 쳐 오는 뒤통수는 얼마나 설레게요.


퇴색한 뭉치들을 엄지와 검지로 집어

오늘은 버릴 것이라고 써넣습니다.

그리 써진 것을 먼지 털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식장에 내려놓습니다.

어느 이 눈엔 마냥 우스울지도요.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다 쓴 향수병을 계속 가지고 있어요. 초등학교 때 받았던 편지들도 아직 간직하고 있어요. 제 마음이 언제나 터질 것 같이 복잡한 것은 언제부터 살았는지도 모르는 그 세입자들 탓일까요. 그래도 저는 제게 주어진 모든 흔적들을 여전히 욕심껏 느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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