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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담 Jan 02. 2020

1/1_한 해의 시작

매일매일 일기 쓰기 프로젝트(1/365)

 올 해는 본질적으로 리듬감이 좋은 해다. 2020이라는, 여러모로 장난칠 구석이 많은 올 한 해를 잘 넘길 수 있을까? 부디 내 바이오 리듬도 시류를 잘 타길 바라며, 준비가 안된 채 새해를 받아들이는 중이다.


 취업도 했겠다, 독립도 했겠다, 패기롭게 적어낸 2019년의 목표는 7개의 항목 중 단 한 개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이룬 점이라면 저축을 목표액의 절반 정도 성공한 점? 자격증을 따겠다고 마음먹었지만 2개의 시험을 필기만 합격한 채 유야무야 보냈고. 해외여행은 아직도 못 갔고. 컷툰 연재니 베이스 연습이니 하는 목표도 시시하게 져버렸다. 나머지는 말할 것도 없음. 하하.


 그래서 올해는 조금 인간적이고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정해보려고 한다. 똑같이 정량적이면서도 뭐랄까, 나에게 필요한 능력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목표를 열심히 고민했다. 그 결과는 이러하다.




1. 매일매일 일기 쓰기

 나는 유독 겨울에 생각이 많아지고 무기력해지는데 역시나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연말 시즌에 주말 근무가 겹쳐 한 삼 개월 정도 주말 없이 보냈더니 하루하루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모르게 됐다. 당장 어제의 하루가 어땠는지 복기하질 않으니, 그다음 날도 목표를 찾지 못하고 허투루 흘려보냈던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까,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어제와 꾸역꾸역 살아낸 오늘이 모여 만들어낸 나는 더 이상 나 자체에 호기심도, 흥미도 생기지 않았다. 올해를 돌아보며 조금 쓰라린 지점이었다. 내 하루이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도 나뿐이라는 점을 되새겨본다. 회색 하루를 유채색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도, 하루 일과에 일일이 색깔을 칠해 넣을 사람도 붓을 쥔 나이기에. 더 빛나고 재미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2. 한 달에 2권 이상 독서.

 위의 생각에 이어서 일기를 쓰려고 책상에 앉으니, 요즘 어휘력이 메말라가는 것을 느낀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작년 연말에 독서 모임을 가지며 고전 소설 서너 권을 야매로 속독한 이후로는 책을 집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손을 스쳤던 책들이라고는 자격증 관련 책이나 취미 관련 책들 정도고. 아, 최근에 미생을 만화책으로 전권 보기는 했군. 하하. 이런 민망한 독서량이 부끄러워 의무적으로 책도 좀 읽고, 독서록도 쓰려고 한다. 나름 독서 모임 할 때 서평 쓰는 법도 배우고 했으니 그때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노력해봐야지.

 구체적으로는 한 달에 소설 1권, 전문 서적 1권 정도는 짬을 내서 사읽으려한다. 굳이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는 첫째, 주변에 가까운 도서관이 없다. 학교 도서관은 졸업한 마당에 가기 부끄럽기도 하고. 둘째, 비용이 발생 시 간사한 인간의 마음이 발동하여 아까워서라도 꾸역꾸역 머리에 집어넣을 것이므로. 셋째, 요즈음엔 책에 밑줄이나 메모를 해가며 읽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새 책이 너덜너덜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면 뿌듯해진다.

 올해의 첫 번째 책은 연말 선물 교환 때 받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로 정했다. 그 당시, 모두 책 선물을 기피해서 폭탄 선물 중 1위였는데, 마침 딱 내기에서 꼴찌를 하여 당첨되었다. 책 주인에게 무안을 많이 주긴 했지만 사실 엄청 싫지는 않았다. 내가 준비한 선물도 별로였거든.. 어쨌든 받았으니 열심히 읽어야지. 서평을 다 쓰면 단톡 방에 올려주려고 한다. 그럼 더욱 무안해하겠지? 재미있겠다.

 그리고 새로운 단어나 참신한 문장을 찾으면 필사도 해보려고 한다. 필사하면 남의 문장을 내 문장으로 만들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는데, 내가 딱히 작품 활동을 할 건 아니니 표절논란은 없을 예정이다. 하하.


3. 영화보기

 이건 동거인이 좋아하는 취미라서 넣어보았다. 정량적으로 얼마만큼 보려고 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막연한 목표는 있다. 마블 영화 정주행 하기(사실 이건 이미 시작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정주행 하기 등등.. 테마 위주로 보려고 한다. 영화관에도 좀 찾아가 보고.. 영화관은 영 정이 안 붙는 곳이라 노력이 조금 필요하다. 캐러멜 팝콘은 좋음. 많이 좋음.

 이것도 짧은 지식 내에서 감상평 정도는 남기려고 한다. 서평 쓰는 것도 애송이지만 영화 분석은 더더욱 별 볼 일 없는 실력이라 꺼내놓기 부끄러운 결과물이 남을 것 같지만. 거장들도 흑역사를 남기며 성장하니까 그게 조금 변명이 될까?


4. 각종 자격증 취득하기.

 제목은 뭉뚱그려서 적었지만 목표는 뚜렷한 편이다. 3D 프린터 운용 기능사와 기계설계 산업기사를 딸 것이다. 작년에 필기 합격했다는 자격증들이 이 친구들이다. 여기에 덧붙여 창업보육매니저까지 딸 까 말까 고민 중. 사실 컴활을 염두에 뒀었는 데 이건 취업할 때 가산점 때문에 따는 것이지 별로 실무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변 취준 경력자들의 조언에 힘입어 쿨하게 배제했다. 

 3D 프린터 운용 기능사는 무조건 합격해야 된다. 업무 연관성 MAX에, 대표님이 연말에 눈 돌아가게 바쁜 와중에도 실기 합격하셨기 때문에 내가 떨어지면 면이 안 선다. 아니 우리 대표님은 문과인데 문서도 잘 써, 디자인도 잘해, 암기도 잘해, 기계도 잘 다뤄, 그러니까 '대표'님하시는 거겠지만서두 너무 넘사벽이셔서 평사원인 나는 눈물이 줄줄 난다. 작은 뱁새가 황새님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자격증 취득을 통해 어필해야겠다. 딸랑딸랑.


5. 기본을 지키기

 회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참 생각이 많다. 대표님이 나를 탐탁지 않아하시는 거 같아서. 처음에는 조금 욱했다. 나 작년에 비하면 일 많이 잘하게 된 거 같은데?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니 그냥 창피하다. 보자, 매일같이 지각하지, 문 열면 바로 보이는 앞자리면서 책상 정리도 제대로 안 하지, 쓸데없는 고집 있지, 내 일 아니면 전달사항이나 일정 안 들어서 나중에 혼자 삽질하고 있고, 기타 등등.. 

 일단 새해에는 무조건 정시 출근할 것이다. 내가 집도 제일 가깝고 막내인데 매일 지각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대표님이 정말 많이 봐주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회사였으면 사내 분위기에 따라 이런 빈도 높은 지각이 엄청 큰 사안이라던데. 다른 회사 생활을 해 봤어야 알지.라고 변명하는 것은 이 나이, 이 시점에 굉장히 무책임 + 나이브하고. 그나마 이번 주말 근무랑 교육 시즌에 맞물려서 대표님이 마지막으로 참아주신 것 같다. 

 지각 얘기는 너무 민망하니 여기까지 하고. 일정을 숙지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업무 특성상 여기저기로 교육을 많이 다니니까 언제 어디를 가는지. 준비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을 해야 하는데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요 근래 직장 언니들이 "구글 캘린더에 있으니까 좀 읽으라고!"라는 대사를 거의 패시브로 했다. 쓰면서 자기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기분이다. 

 어쨌든, 주말에 일정 파악을 하고 온다면 더 좋은 직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주말엔 회사 관련된 건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어서 일부러 메시지도 잘 안 읽게 되는 편이지만, 그래서 주말에 굳이 일정을 훑어보는 것이 업무의 연장 같아서 너무너무너무너무 싫었지만. 이게 뭐 엄청나게 힘든 일도 아니고.. 한번 시간 내서 일주일을 뚜렷한 정신으로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해보려고 한다. 


6. 대출금 ALL 상환하기

 작년은 예상치 못한 독립에 자본 누출이 있었다. 매월 100만 원 정도 저금하려 했는데 고정비가 커서 85만 원 정도로 줄였다. 그나마도 계약금 340만 원에 보증금 대출을 갚느라 360만 원 정도 상환한 걸 따지면 목표였던 1200만 원 중 대충 700만 원 정도 모았다고 볼 수는 있겠지.(저축 못한 500 어디 갔어 ㅠㅠ) 지금은 대출을 먼저 값아 버리려고 저축은 거의 못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임대료가 싼 행복주택인 데다가, 대출도 중소기업 청년 우대조건으로 받아서 월세나 이자부담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거의 매년 국가장학금 받아서 학자금 대출도 없고. 서민 만세다. 젠장. 

 대출은 2년 약정이어서 엄청 급하게 갚을 필요는 없지만 내 계약기간 또한 역시 2년이어서 올해 11월에 끝나기 때문에 그전에 최대한 갚으려고 한다. 남은 금액은 한 달에 85만 원씩 상환하면 딱 11월에 끝날만큼이다. 대표님이 계약 연장을 안 해주실 것 같진 않지만, 내가 그때쯤엔 다른 일을 하고 싶을 수도 있고 대표님도 별말씀이 없으시기에 일단 대기 & 대비. 

 내가 그만둔다고 하면 대표님이 아쉬워하실까..? 이런,  내가 너무 대표님을 무정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대표님 진짜 잘해주시는데. 사족이지만 최근엔 전 직원 킹크랩도 사주심. 복지 최고. 단지 인력 문제는 도통 우리에게 오픈을 안 하셔서... 올 한 해는 대표님이 나를 신뢰하실 수 있게 분발해야겠다. 


7. 동거인에게 잘해주기

 이건 정말 넣을까 말까 마음속으로 많이 고민한 항목인데. '잘해준다'에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있다 한들 내 기준이지 동거인에게도 똑같을까? 물질적으로 10번 잘해주면, 정신적으로 1번 잘해주는 것과 같나? 객관적/ 정략적 평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목표로 넣으면 백이면 백 후회만 쌓일 것 같아 두려움이 크다.

 다만 요즘 내가 집안일에서 거의 손 뗀 게 자명하고, 그 부담을 자택에 있는 동거인이 거의 지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개선방향을 고려해보자는 마음으로 써보려고 한다. 빨래는 내 담당이니까 일주일에 두 번은 세탁기 돌리고, 침구청소기도 자주 돌리고, 욕실 청소도 주말마다 꼭 해야지.  사실 퇴근하고 나서 허물을 여기저기  펼처놓는 습관만 고쳐도 빨래 거리가 3할은 줄어드리라. 정말 쓰다 보니 안 좋은 습관 투성이라서 마음이 안 좋아졌다. 이렇게 생활 태도가 불량이면 부모님이 욕먹는댔는데. 나는 콩심은 데 팥 난 것 같은 자식이라서 어쩔 수 없나 보다. 엄마 미안.

 본론으로 돌아와서, 동거인의 식사도 조금 신경이 쓰인다. 내가 저녁만 집에서 먹으니까. 동거인은 매끼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녹록잖은 것 같다. 그렇지만 퇴근한 후 식사를 차리면 내 서툰 솜씨 때문에 너무 느리게 준비되고, 설거지가 동거인 담당이라 크게 뭘 하기도 힘들다. 동거인 본인이 남이 하는 설거지를 극도로 꺼려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내가 해주는 비빔국수나 김치말이 국수도 참 좋아했는데. 요즘은 시즌도 지났고 동거인이 장이 안 좋아서 밀가루 먹으면 고생한다. 휴.. 참 고민이 많다. 이 항목은 역시 좀 더 머리를 굴려봐야겠다.







쓰다 보니 1/2일이 돼버렸다 ㅋㅋㅋㅋ 이런 열정 참 오랜만이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벌써 지각하게 생겼다. 얼른 자고 내일 또 쓰러 와야지. 나에게도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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