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ONGYOON_HAN / 2015년 4월 여행 중
비행기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따로 있고 버스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따로 있다. 그러나 나는 두 발로 걸을 때만이 볼 수 있는 것들이 좋다. 걸음이 반드시 수반되는 트래킹이 그렇고 좁은 길 골목을 지나다닐 때도 그렇다.
걸을 때는, 특히 혼자 걷는 여행에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바람들과 그로 인해 왜곡된 풍경 소리를 피할 수 있다. 자전거 혹은 오토바이로 여행하면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지만, 편안한 소리, 아늑한 바람을 느끼진 못한다. 날씨에 따라, 바다인지 산인지 그리고 내가 위치한 곳에 따라서 바뀌어지는, 즉 자연의 바람이 주는 청량함은 걷는 여행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또한 아이들이 뛰 놀며 내는 목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심지어 규칙적으로 지나다니는 자동차 소리들은 걷는 여행자에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
소피아의 여행은 주로 걷는 여행이었다. 내가 가진 대충의 감을 믿고 무작정 걸었다. 지하철을 환승해야 하는 경우에는 굳이 지하철을 갈아타지 않고, 환승역에서 그대로 내려 가고자 하는 곳까지 걸었다. 한 시간 넘게 걸으며 만날 수 있었던 풍경은 – 좋은 날씨가 좋은 느낌을 가지게도 했지만 – 여유롭고 포근했다. 오랜만에 느낀 여행 중의 포근함이었다.
길이 닿는 곳까지 걸었다. 쌀쌀한 날씨일 줄 알았는데 두 시간 가량 걷다 보니 땀도 났다. 그래서 길가에 있던 벤치에 앉아서 쉬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요구르트로, 그리고 장수 국가로 유명한 불가리아는 그 명성 그대로 노인들이 많이 보였다. 아마 지하철, 버스를 주로 이용했으면 딱히 발견하지 못했을 많은 노년의 모습들이다. 또한 곳곳에 오래된 교회들이 많고 벤치가 많았다. 이 또한 노인이 많은 곳임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닐까.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다양한 느낌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도보 여행,
사실 걷는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면 생각을 정리하고, 또한 생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차, 버스를 탄 상태라면 무슨 생각이 그리 많아지는지, 오래된 과거의 작은 실수조차 기어코 끄집어내서 다시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또는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시작해서 텁텁한 마음을 괜히 창 밖에 지나다니는 자연에 내 던지곤 한다. 그런데 걷는 여행은, 특히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다 보면 이내 고민과 잡생각이 줄어든다. 한 걸음을 내 디딜 때, 보폭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뒷 꿈치가 좋을지 앞을 먼저 디딜지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해본다. 그리고 가장 편안한 상태를 찾고, 그리고 다시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면 내 옆으로 멋진 자연이 나타나거나 행복한 웃음을 짓는 사람들이 보인다. 언제 잡다한 고민과 참회의 시간을 가졌는지 모르게 나의 여행은 좋은 것들로 채워지게 된다.
소피아는 걸으며 여행했다. 그리고 걸어야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경치와 사람, 그리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