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ONGYOON_HAN / 2014년 9월 여행 중
Zacualpan de Amilpas라는 지역을 내 생애 방문할 일이 있었을까. 그리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마을이 또 있을까.
워크캠프를 통한 거북이 구호 활동을 목적으로 한 나의 멕시코 여행은 뜻밖의 천재지변-태풍으로 인해 새로운 지역으로 봉사 활동이 변경되었다. 그래서 지와타네호(Zihuatanejo)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을 뒤로한 채, 워크캠프 리더 호세의 권유로 우리는 심야버스를 타고 자쿠알판 데 아밀파스에 도착했다.
영어가 익숙지 않은 워크캠프 리더 호세는, 새로이 캠프 활동을 옮기는 지역에 대해서 '축제'와 '화산 지역'이라는 소통만 가능했다. 그래서 나머지 단원들-프랑스 부부와 나처럼 혼자 합류해서 친하게 지낸 베를린 출신 '변'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자쿠알판 데 아밀파스(자쿠알판으로 부르겠다)에 첫 발걸음을 디뎠다.
따지고 보면 우리 인생 대부분이 우연에 우연, 선택과 선택의 연속 아닐까. 태어나는 것도 수천만 분의 일의 정자와 난자의 수정에서 시작되었고, 일 년 한 달 하루 그리고 일분일초에 내가 선택한 나의 행동과 생각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더욱더 진심으로 하루를 살아야 함과 동시에 공수래공수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에 지나친 욕심과 집착을 버리자는 생각도 든다.
어쩔 수 없었던 태풍으로 지와타네호에서 철수하면서 왜 하필 내가 왔을 때 이 아름다운 지역을 내가 떠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계획대로 안 되었으니 다른 여행지를 찾아 떠났으면 그 나름대로의 색다른 즐거움도 있었겠지만, 자쿠알판에서의 2주간의 여행과 봉사활동은 내 인생에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었다.
자쿠알판 자치 기관과 미팅을 한 뒤에야 우리가 머물 숙소, 축제에서 맡을 역할 등을 알 수 있었다. 사무실처럼 되어 있지만 아무도 쓰지 않는 폐가 같은 통나무집을 베이스캠프로 삼았는데, 엄지손가락보다 큰 바퀴벌래가 사방에 돌아다니는 것을 때려잡고, 자욱한 먼지를 털어 가면서 잠은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각자의 짐과 침낭을 깔았다. 또한 수도 설치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물이 끊기면 소낙비에 샤워를 해야 했고, 인터넷 따위는 이 통나무집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다. 새로운 환경에 오롯이 이 한 몸 던져야 했다.
우리가 맡을 역할도 자쿠알판 공무원을 통해서 들을수 있었다. 자쿠알판에 도착 후 일주일 후에 지역 축제가 성대하게 열리는데, 이 축제를 준비하는 마을 사람들을 돕는 보조 업무였다. 사실 자쿠알판 주민들은 서유럽과 아시아에서 온 우리들을 일손을 돕는 봉사단원보다는 손님으로 맞이했고, 나도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접하고 또 내가 아는 한국의 문화를 전하는 (봉사활동이 살짝 가미된) 여행객이 되어 생활을 했다.
본격적인 워크캠프 활동 전, 우리 팀은 자쿠알판 주민들로부터 융숭한 손님 대접을 받았다. 시장님(구청장님? what ever) 댁에 초대되어 식사도 하고, 영어를 할 수 있는 고교생들의 안내를 통해 자쿠알판에 본격적인 지역 축제가 있기 전에 열린 로데오 경기도 난생처음 직접 관람할 수 있었다.
로데오 경기는 꽤 위험하다. 카우보이들은 길들이지 않은 소를 타고 누가 더 오래 소 위에서 버티는지를 시합하는데, 10초 이상을 버티는 것이 쉽지 않다. 소 위에서 떨어진 선수는 재빨리 경기장 밖으로 뛰쳐 나오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즐거워 한다. 또한 화가 단단히 나서 날뛰는 소를 다시 경기장 밖으로 끌고 나오는 과정도 흥미롭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스페인의 투우 경기처럼 설마 소를 찔러서 죽일까 했는데 당연히 그러지는 않는다.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경기인 로데오는 박진감 넘치고 재밌다.
또한 역사적인 유적이 많은 자쿠알판의 근교를 팀원들과 함께 여행했다. 수백년 이상의 교회와 유적들이 있는 이곳은 아쉽게도 유적의 보존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진 않았다. 중요한 유적이 아닐지라도 폐허로 방치하기 보다는 조금의 관리라도 있었으면 좋을텐데.
또한 자쿠알판에서의 생활 중 최고의 경험은 바로 먹거리!
멕시코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매콤한 맛의 다양한 먹거리 문화인데, 세계 일주를 하면서 한식이 그립지 않은 지역이 바로 멕시코, 그 중에서도 멕시코 본연의 가정식을 매일같이 접할 수 있었던 자쿠알판이었다.
이름난 여행지와 유적지가 많은 멕시코, 그 중에서 전혀 유명하지 않은 시골 마을인 자쿠알판은 멕시코 민중의 속살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다. 폐허가 된 교회들, 활화산이 보이는 마을이라는 '구경꺼리'가 있지만 자쿠알판의 가장 큰 매력은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이렇게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멕시코 사람들의 진중하고 순수한 모습을 느낄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