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움 곁엔 온기가 머물지 않는다

채근담으로 배우는 하루 철학

by dyn

<수성>

_이룬 것을 지키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겸손과 절제로 자신을 다스리는 삶의 태도


"구름과 안갯속에서 참된 모습이 나타나면 비로소 형체에 질곡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짐승과 새 울음소리 속에서 자성의 소리를 들으면 비로소 감정과 인식이 창과 칼임을 알게 된다."


스스로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은 예고 없이, 아무 때나 찾아온다. 인간이기에, 우리는 감정의 소리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 감정을 나 자신과 동기화하며, 마치 그것이 나의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인다. 하지만 내가 보고 느끼는 것들은 형체의 질곡일 뿐이며, 그 굴레를 만든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내 팔과 다리에 채워진 쇠사슬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나는 죄인인가. 가난의 상처, 외모에 대한 집착, 실패의 낙심, 사랑이라는 이름의 무게.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만약 내가 가난의 상처로 인해 누군가를 찌르는 칼을 든다면, 그 칼은 언젠가 창이 되어 나를 향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깊이 생각할 수 있다면, 그 창은 나를 해치는 무기가 아니라, 나를 이끄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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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수>

_세상의 좋고 미운 것, 사람의 어리석고 지혜로움에 너무 휘둘리지 않으며,

조용히 균형을 잡아 대응하는 마음의 기술


"좋고 미운 마음이 너무 분명하면 사물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현명하고 어리석은 마음이 너무 분명하면 사람들과 오래 친할 수 없으니, 사군자는 안으로는 엄정하고 분명해야 하지만, 밖으로는 너그러워야 한다. 그러면 좋고 미운 것이 균형을 이루고 현명하고 어리석은 것이 모두 이익을 얻게 되면, 그것이 생성하는 덕량이다."


날카로움은 날카로움을 이끈다. 날카로움 곁에는 온기가 머무를 수 없다. 나의 기준을 칼처럼 휘두를 때 주위사람들은 점점 멀어지게 되고, 세상은 감정의 크기만큼 좁아진다. 마음속의 기준은 분명하게 세우되, 그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하지 않을 때, 비로소 내 안의 덕이 자라기 시작한다.


"혼잡하고 시끄러운 곳에서 맑고 시원한 몇 마디의 말을 하면 한이 없는 살기를 없애고, 가난하고 힘겨운 길 위에서 한 점의 뜨거운 열정을 쏟으면, 스스로 허다한 삶의 의지를 심어 기르게 된다."


집 밖을 나서면 온통 시끄러운 소음들뿐이다. 소음은 귀를 타고 들어와 뇌와 심장, 근육과 뼈까지 자극한다.

그 소음은 바깥에서만 들리는 것이 아니다. 내면에서도 소음은 생긴다. 안에서 생긴 소음은 눈을 통해 빠져나와, 눈썹과 입가, 피부 위로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어떤 이의 한마디가 그 모든 소음을 씻어내기도 한다. 말은 단순한 소리지만, 때로는 마음의 구조를 바꾸는 힘이 된다. 가난은 물질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줄어들게 한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을 때는 ‘어떻게든 버텨야지’ 하는 마음마저 흐려지고, 결국 ‘왜 살아야 하지?’라는 물음만 남는다. 하지만 삶은 거창한 희망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가장 외롭고 가난한 길 위에서, 스스로 지핀 작은 불씨가 결국 삶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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