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비운 자만이 더 큰 세계를 품는다

채근담으로 배우는 하루 철학

by dyn

<응수>

_세상의 좋고 미운 것, 사람의 어리석고 지혜로움에 너무 휘둘리지 않으며,

조용히 균형을 잡아 대응하는 마음의 기술


"담백하게 하려면 마땅히 농염한 곳에서 시험해야 하고, 안정되게 하려면 어지러운 지경을 거쳐 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지조도 확실하지 않고 응용하는 것도 원만하지 못하니, 한 번 가까이하거나 오르게 되면 고급의 선사도 한갓 하급의 속된 선비가 된다."


“삶에 평화로움만 있었으면 좋겠다.” “인생은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울까.” 힘들고 지치는 순간,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리는 생각이다. 하지만 마음속의 혼탁함은, 결국 한 번쯤은 마주하지 않고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옳은 길도, 틀린 길도 없다. 혼탁을 지나온 뒤에야 비로소 진정한 ‘안정’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조금씩 알게 된다. 나뭇가지가 바람을 견디며 단단해지듯, 우리의 삶도 흔들림을 지나야 비로소 단단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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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의>

_욕심과 감정의 지나침을 내려놓고, 고르고 맑은 마음으로 세상과 자신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비방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나 그 비방을 받는 사람은 한 번 비방을 받을 때마다 한 번 더 자신을 뉘우쳐서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으로 키워야 하고, 사람을 속이는 것은 복 받을 일이 아니나 속을 때마다 한 번 더 자신의 도량을 키워 화를 복으로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았을 때 억울함, 분노, 혼란, 슬픔, 수치심 같은 괴로운 감정이 따라온다. 그 감정은 순간적으로 마음을 얼어붙게 하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마저 흔들리게 만든다. 그렇다면 반대로, 누군가를 비방하는 사람은 어떤 감정과 생각을 품고 있을까? 질투, 열등감, 인정 욕구, 무의식적인 우월감 그 역시 괴로운 감정들이다. 타인을 헐뜯는 마음의 뿌리에도 상처와 결핍이 자리하고 있다. 모든 비난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옳은 것도 아니다. 비난을 받은 뒤,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 그 속에서 문제를 깨닫고 고쳐나갈 수 있다면, 마음의 도량은 한층 더 넓어진다. 누군가에게 실망을 겪었을 때, 그 감정을 곧장 화로 쏟아내기보다, 조용히 마음에 새겨두는 것. 그것이 도량을 기르는 일이자, 덕을 부르는 일이다.


"학이 닭의 무리와 함께 있으면 뛰어나서 상대가 없다 하겠지만, 나아가 큰 바다의 봉새와 비교하면 너무 보잘것없고, 더 나아가 높은 하늘의 봉황과 비교하면 너무 높아서 따라갈 수가 없으니, 따라서 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언제나 없는 것처럼 비어있는 것처럼 해서 쌓은 덕이 많아도 자랑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처지를 기준 삼아 세상을 바라보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변하고, 그 흐름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떤 판단도 섣불리 절대화할 수 없다. 무엇인가를 단정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좁은 우물 속에 가두게 되고, 그 안에서 점점 더 높고 두터운 벽을 쌓아 올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점점 좁아지게 된다. 배움과 겸손, 변화와 수용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은 겉으로는 비어 있는 듯 보일지라도 속으로는 조용히 가득 채워져 있다. 진정 단단한 사람은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비워내는 그 자리에 더 깊고 넓은 세계가 스며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신을 덜어내는 일은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품을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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