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 없는 세상, 왜 우리는 나누는가

채근담으로 배우는 하루 철학

by dyn

<평의>

_욕심과 감정의 지나침을 내려놓고, 고르고 맑은 마음으로 세상과 자신을 대하는 태도


"세상은 하나의 수레바퀴자국과 같아서 본래 막히고 트이는 곳이 없고, 만물은 하나여서 본래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는데, 세상 사람들은 진실에 어둡고 헛된 것을 좇아서 평탄한 길에 스스로의 장애를 만들어, 굴 안에 스스로 울타리를 만드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타인의 삶’을 따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타인의 일상을 마주한다. 누군가 다녀온 장소, 먹은 음식, 입은 옷, 지은 표정까지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 반복된 노출은 익숙함이 되고, 익숙함은 곧 나의 기준이 되어버린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을 때, 길을 헤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바로 그 헤매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나’의 조각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타인의 삶에서 발견한 조각은, 그 자체로는 나의 것이 될 수 없다. 타인을 통해 영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삶의 기준까지 맡길수는 없다. 누군가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 쉬워 보일지라도, 그 길은 결국 내게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해질 것이다. 자신의 삶을 산다는 것은, 비교와 모방의 욕망을 지나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다. 조급함보다 방향을, 속도보다 맥락을 선택해야 비로소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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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

_세속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마음을 고요히 하고,

자연 속 고요함 속에서 참된 자아를 찾는 삶의 태도


"사람의 일생은 넓은 창고의 쌀과 같고, 눈앞에 번쩍이는 번갯불 같으며, 벼랑 끝에 선 늙은 나무 같고, 바다의 거친 파도와 같으니, 이것을 깨닫는다면 왜 슬프지 않고 즐겁지 않겠는가. 어째서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욕망으로 인해 삶을 근심에 쌓이게 하고, 왜 이런 사실을 중하게 여기지 않아 삶을 헛되게 해서 부끄러움을 남기는가."


우리의 인생은 번쩍이는 번갯불처럼 찰나에 불과하다. 어쩌면 오늘이 그 찰나의 종착점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과거를 붙잡는 일은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붙잡고 있을 때조차, 지금 이 순간은 쉼 없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갈지를 계획하기보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집중한다면, 남은 시간은 그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동해의 물이 파도가 일정하다는 말을 듣은 적이 없으니 세상사 화낼 일이 무엇이 있으며, 북망산에 빈 땅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 인생에 찡그릴 일도 없다."


불안정한 인생, 예측할 수 없음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유일하게 인간뿐이다. 동해의 파도, 계절의 바람, 하늘의 구름, 새의 날갯짓, 물고기의 유영. 이들은 누구도 탓하지 않고, 그저 흐름에 따라간다. 흐르는 대로 살아가기에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모든 인간이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측되지 않는 삶을 불평하기보다 오늘의 '나'스러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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