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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곰 Oct 30. 2016

7.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안 하고 싶다

잠시 나를 내버려두자

퇴사를 하겠다고 그 고심에 고심을 하던 몇 달 전이 무색하게 그때와 별 다를 바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밤을 새우는 것도 주말에 일을 하는 것도 퇴사하겠다고 난리를 친 그 전이나 후나 똑같지만, 죽을 둥 살 둥 몰아붙이듯 일을 하지는 않게 되었다. 아무래도 연말이라 사업이 조금 여유가 생긴 이유가 크겠으나, 어색한 배려라고나 할까, 말로 설명하기는 딱 힘든 뭔가 각이 잡힌 보살핌(?) 같은 것이 팀장님과 나 사이에 생긴 것 같다.


덕분에 예전보다는 숨통이 트이게 되었으나 영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최근 1년 넘는 기간 동안 나의 모든 상상과 열정은 퇴사 이후의 일정으로 몰려있었다. 퇴사를 하면  이렇게 해야지.. 혹은 휴직을 하면 저렇게 해야지.. 와 같은 생각을 하며 버텼는데, 이런저런 일로 넘겨버린 인내심 끝에 내린 결론이 퇴사가 아닌 현 직장 유지가 되고 보니 아닌 게 아니라 많이 허탈하다.


퇴사, 휴직 혹은 이직을 해야겠다고 이를 바득바득 갈 때는 새벽에 일을 마치고 하품을 달고 퇴근하더라도 곧바로 학원엘 가거나 주말에도 벌떡 일어나서 산을 타곤 했는데 요즘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 거의 침대에 붙어 산다. 시간이 생기면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고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지 하고 잠깐 생각했으나 막상 휴가와 휴일을 얻게 되니 매우 열심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졌다.


'다음을 위한 충전'과 같은 말로 이런 멍한 요즘 상태를 포장하고 싶진 않다. 그냥 시간 낭비. 뭐 어떤가. 좀 낭비하지 뭐.


멍 때리는 나를 잠시 내버려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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