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얼굴들만 떠오른다.
어제 퇴사를 결심하고 팀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아직 퇴사 절차는 밟지 않았지만 일단 입 밖으로 뱉는 순간 내 안의 어떤 수많은 감정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원했지만, 아주 깔끔하진 않았다. 이보다 더 싫은 장소가 있을까 싶은 사무실이었지만, 그 혐오스러움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 어떤 하나의 생각에 메여 있었지만 퇴사라는 걸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도 해소가 될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확신을 못하겠다.
약간 들뜬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싫기만 했던 회사가 아녔던가.. 현실적인 불안감 때문인지, 내 퇴사를 반대했던 내가 아끼는 사람들 때문인지 가슴 한편이 아렸다.
이제야 머리에 그 사람들이 내게 말했던 문장들이 떠오른다. 현실적인 조언들과 내 상황에 대한 냉정한 판단,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들.. 정말 심각하게 난 내 감정에 휘말려 있었던 것 같다. 그땐 그런 말들이 전혀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많이도 싸웠다. 그런 조언들이 귀에 들어오기보단 무슨 바늘로 피부를 찌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후회는 아니지만, 내 감정이 해소되니 미안함이 몰려온다. 이런 전개는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미안하다. 그동안 그들의 말을 경청해주지 못했던 것, 나만의 생각에 사로 잡혀 그 들의 마음을 궁금해하지 않고 돌보지도 않은 것이 미안하다.
둑이 터져버린 것 같다. 내 분노가 수 그러 들면서, 그동안 막고 있던 다른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 같다. 미안한 감정만이 가슴에 쌓인다. 열심히 해야겠다. 지쳐버런 심신을 조금 추스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본 다음에 다시 한번 더 달려야겠다.
나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이 반대한 일을 난 결정을 했다. 고심을 했고 이제 난 이 결정에 책임을 저야한다. 방향은 뚜렷하다. 난 이제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업데이트(16.08.22)
최종적으로 퇴사는 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자세한 건 다음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