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선별하는 기준 - 컨셉

소마코칭출판사에서 책을 선별하는 기준

by 천천

"그럼 책을 선별할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세요?"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왔던 이 질문에 조금은 당황을 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답을 자신있게 말했으면 좋으련만. '그냥 아는 거 같아요. 저희야 이런 책을 오랫동안 봐서, 그냥 판별이 되죠.' 식음땀을 감춘 채 태연한 척 대충 얼버무렸다.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였을까. 어떤 강의를 보다 문득 이 질문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꽤나 간단하고 명료한 답이 있었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그 때 못했던 대답을 적어본다.


컨셉이 분명한 책을 고르는 거 같아요!


이렇게 한마디로 정의하고 뒷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했던 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질문자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답은 아니니깐. 간단히 내가 생각하는 컨셉의 정의, 좋은 컨셉의 정의 그리고 그런 기준을 바탕으로 실제 우리 출판사에서 책을 선별했던 사례를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컨셉은 개념 혹은 주제


컨셉이란 용어는 개념 혹은 주제를 나타내는 철학 용어지만 이를 제일 적극적으로 쓴 분야는 마케팅쪽이다. 짧은 시간내에 소비자들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어필해야 하므로 하나의 메세지 혹은 하나의 개념을 담아 전달해야 한다는 취지가 깔려있다.

우리 출판사에서 책을 선별할 때 깔려있는 카테고리들은 건강, 의료 분야 책이다. 아니면 조금 생소할 수도 있지만 체형교정과 관련있는 '바디워크' 란 주제 아니면 1자의 인지된 움직임과 관련있는 '소마틱스'란 주제가 되기도한다. 오랫동안 쌓아왔던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분야의 책을 내지 않을까 싶다.


좋은 컨셉은 늘 새롭다


컨셉은 단순히 개념 혹은 주제를 의미하지만 이 개념이 사용되는 환경을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안에 소비자들에게 각인이 되어야 하는 곳이다. 뇌는 익숙하고 진부한 정보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기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줘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에 출간된 책들과 컨셉이 겹치지 않는 책들은 우선 고려한다. 그리고 담겨있는 방식이 꽤나 독특하여 반향을 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고심해보기도 한다. 판권확보에 실패하긴 했지만 '저항유연성 스트레칭'이란 책이 있었는데, 이 책의 소개된 개념 중 움직임을 가져갈 때 저항을 주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했었다. 건강, 의료 분야이면서 새로운 반향을 일으킨 컨셉이 담겨있다면 출간 후보에 늘 올려둔다.


좋은 컨셉은 유니크함에서 나온다


카피라이팅 수업을 듣던 시절, 선생님은 늘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을 강조하셨다. 그 상품 혹은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유니크한 판매 지점을 반드시 설정하고 컨셉을 잡으라고 하셨다. 이게 없으면 시작조차 하지 말라고 하셨을 정도.


생각해보면 우리가 출판했던 책들도 이런 유니크함에 대해 어느정도 염두를 했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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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바꿔주는 소마틱스 - 앉기서기걷기

앉기서기걷기는 소마틱스 책이면서 사람들의 일상적인 동작인 앉기, 서기, 걷기에 대해 탐구해보고 변화를 이끄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마틱스가 체형교정적인 관점에서 사용될 때는 문제점을 도출하고 원인을 파악하여 개선하는 시퀀스적 형태로 사용되곤 한다. 실제로 기존에 나왔던 책들도 이런 관점의 책들이 많았지만 이 책은 일상동작인 앉기, 서기, 걷기에 초점을 맞춘 점이 유니크했고 시퀀스적인 방식보다 체화적인 방식을 많이 사용한 부분도 특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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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틱스 클래식 - 펠덴크라이스의 ATM

일반인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건강, 의료, 움직임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이 분 자체가 특별한 분이다. 움직임과 관련하여 기능주의 접근방식에서 가장 크게 존경받는 대가이며 관련 협회도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그런 분이 쓰신 책이라 의미가 있으며 그 중에 정수가 가장 녹아져 있는 책이라 안할 이유가 없었던 책이다. 실제로 판매량이 가장 높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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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소마틱스

처음 이 책을 대표님에게 소개받고 가장 반가웠던 부분은 타겟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타겟을 좁히는 것만으로도 유니크함이 생겨난다. 수많은 소마틱스 책이 있지만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서 이 점을 주안점을 두고 진행했었다. 뿐만 아니라 움직임 지도자를 위한 매뉴얼이라 '소마'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는 다른 책과 다르게 티칭이나 코칭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인사이트를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면 이렇다. 우리 출판사에서는 건강, 의료분야 책을 우선 선별하여 책을 고른다. 그리고 소개되는 주제가 기존 시장에 나와있지 않거나 유니크함을 주는 책을 골라 판권확보를 한다. 출간하기 위해 책을 선별하는 기준도 이렇지만 누군가 책을 구매하여 보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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