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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amic K Sep 25. 2020

비포선라이즈

삶이 영화를 만날때.

#비포선라이즈
'이름'이라는건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는듯. 다른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물 또는 현상에 붙여서 부르는 말 이라는 사전적 정의처럼, 그 안엔 그 대상이 가진 느낌, 특성, 매력까지 오롯이 담아내야 되는 거거든. 내가 참 좋아하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 요거 이름만 들어도  어떤 느낌일지 확 다가오지 않아? 이런게 바로 이름의 힘이거든. 20대의 비포선라이즈부터 30대의 비포선셋을지나 40대의 비포미드나잇까지, 생을 따라 조금씩 익어가는 사랑얘기들을 다룬 이거 아주 명작이거든. 딱 그 이름들이 주는 느낌 그대로, 20대에는 겁없이 타올랐다가 30대에는 잔상처로 무뎌진 마음에 조금씩 덧칠했다가 40대에는 이제 잔잔하게 익어가는 그런 일련의 시간들이 잘 녹아 있는 그런 영화. 도시 전체에 낭만이 뚝뚝 떨어지는 비엔나에 도착해 따뜻한 라떼한잔 딱 섹시하게 들고 이골목 저골목 정처없이 기웃거리다 "어?저기 거긴데????어??". 자발적 길치놀이하다가 진짜 우연하게 만난 레코드점 'ALT&NEU'. 영화 속 기차에서 우연하게 만난 두 주인공이 하루짜리 비엔나여행을 같이하다 갑자기 사랑에 빠지게 되버리는 설렘설렘한 그 장소. 그 주인공들 만남처럼 우연히 만난 이곳이 너무나 반가워, 뛰어들어가 알지도 못하는 LP판 몇개를 들으며 한참을 빠져있다가 '아, 이게 여행인데'. 하루에 7시간씩 걸으며 가이드북에 나온 모든 곳을 돌아다니던 패기넘치던 20대가 그렇게 재밋었고 그때 쌓은 추억을 조금씩 디켄팅하며 순간순간을 즐기는 지금이 이렇게 좋은데, 내 40대 여행은 또 얼마나 진하니 맛있을까. 한살한살 숫자가 늘어나는건 조금 많이 짜증나지만, 조금씩 높아져가는 나의 빈티지가 조금많이 기다려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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