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지, 역시 가수라면 우유빛깔 아이유. 사람 맘 미춰버리게 하는 노래들이 참 많지만 그중에 최고는 역시 '밤편지'. 그 꼬맹이가 사람맘을 어찌그리 잘 아는지 '이 밤~'하면서 노래가 시작되면 어느새 두손 깍지껴서 머리맡에 베고 다리한짝 꼰채로 시간가는지 모르고 이런생각 저런생각. 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와 오랜만에 우리 코에 선선한 밤바람 훅하고 들어오면, 어느새 별하나의 추억과 라면 한숟가락의 사랑과 캔맥 하나의 센치함. 제주가 딱 그래. 여름에 햇빛 쨍한날, 바닷가 앞 풍광 끝내주는 카페에 앉아 안먹던 드립커피 하나 시켜먹으면 캬.. 이거 이미 그리스거든 이거이거. 또 하늘 푸른날 목장에 가서 푸른 초원 쫙 펼쳐진 곳에서 흰 우유 하나 들고 둘러 보자나? 그럼 나 이미 머리빨간애랑 썸타는 로버트 되있는거야. 그리고 있자나, 가을에 새별오름에 가서 입구에 푸드트럭에서 큐브스테이크에 콜라한잔 때리고 오름에 올라가 사진 백장 찍다가 내려와 카페에서 노을 지는 거 보자나? 그럼 내마음 모겠어, 이미 갈대지모. 이렇게 어딜가도, 언제가도 이뻐죽겠는 제주가 가장 이쁠 때가 언젠 줄 알아?? 그거 '밤'이야. 다른나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올때, 한참 아무 불빛없는 바다위를 날다가 제주근처에 오면 조그만 불빛이 하나씩 둘씩. 한참을 별을 보고 오다가 갑자기 너무 밝은 빛 있어 무슨 별인가 하고 자세히 보면 바다 위 떠있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밝히는 별하나 별둘. 가끔씩 워낙 깜깜해 하늘과 바다의 구분이 없어지면 그냥 내 위도 아래도 반짝이는 별들로 쌓여 있는 그런느낌, '쥑이지'. 그러다 아름다운섬 제주가 나타나면 이제 내 머리속엔 '밤편지' 플레이 되는거지. 제목도 어떻게 그렇게 잘 지었는지, 밤에 쓰는 편지는 감성이 맥스되어 일백번 고조되어 참 아름다운 기억들만 담기게 되는 법이거든. 대한민국 사람 치고 제주에 깃든 추억하나 없는 사람 어딧을꼬, 깜깜한 밤 동그란 테투리만 밝게 빛나는 제주도를 보고 있노라면 시간의 블랙홀 마냥, 가족끼리 갔던 장면과 친구들과 갔던 우정과 사랑하는 사람과 갔던 설렘이 마음속에 한장한장 넘겨지며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다가 갑작스레 '이놈의 아재가 주접을 떨고 앉았네 아주그냥'. 어렸을때 풀던 정석마냥, 첫장만 폈다 돌아오고, 또 다시폈다 돌아오고 그렇게 여러번 다니다 보니 첫챕터 옆부분만 까맣게된 제주지만, 그래도 언제나 여행이 고플땐 또 쉽게 책장에서 꺼내어 믿고 볼수 있는 그런제주, 우리나라의 참 큰 축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