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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amic K Jan 08. 2022

잘배웠습니다

세상은 넓고 멋진 사람은 삐까리다

자, 요이땅. 일단 인천에서 알라스카에 있는 앵커리지 라는 곳으로 가. 거기서 하루 자구 또 시카고로 간다? 거기서 하루자고 또 아틀란타로 가. 또 쉴틈이 없어요 어깨춤을 출순없으니 시애틀로 가야지. 또 거기서 한밤자구 다시 시카고로 컴백. 그러다가 또 밤샘으로 캐나다에 있는 에드먼튼으로 가. 거기서 하룻밤 자구 이제 똥냄새때문에 10몇시간 머리 터지는 말을 싣고 오사카로 와. 거기서 이제 말똥 향 점심을 먹고 드디어 인천으로 돌아오는거지. 이렇게 매일 매일 짐을 쌋다 풀었다를 반복 매일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는 도시와 나라들을 다니며 화물을 싣고 다니는 북미 투어 10일. 참 희귀한  스케줄이기에 꼭 한번 해보고 싶지만서도 너무 빡세기에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이 스케줄. 하루에 같은 3시를 세번이나 보내다 보니 몸은 너무 처지지만 그래도 난 또 그렇게 적성에 잘 맞데 이거? 이 10일간의 여정을 함께한 우리 기장님. 맘에 안맞는 사람과 왔으면 정말 지옥과 같았을 10일이었을텐데, 배우느라 시간이 가는게 아깝고 듣고 싶어 졸음을 참게 되는 시간들로 가득찼던 이번 10일.우리 어렸을때 어른을 보면 항상 바르고 의지할만한 대상이었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갈 수록 존경할만한 그리고 의지할 만한 어른 찾기가 그리고 내가 그리 되기가 참 쉽지않다는 걸 깨달아 가는 요즘. 조종사라는 직업을 떠나 '신사'라는 것이 어떤 건지 그리고 '어른'이라는게 어떤 건지 모습으로 보여주셨던 우리 기장님. 참 어린점도 많고 행동과 말에 부족한 점도 많은 나에게, 항상 아랫사람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신 뒤 말을 꺼내시고, 고하를 생각치 않고 서로의 의견을 디스커스 하시는 것을 즐기시며,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과 예의가 몸에 베어있으신 진짜 어른. 10일동안 비행기에 앉아있는 시간만 40시간이 넘었지만, 참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게 많아 딴짓 한번 안하고 이런 주제 저런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10일이 뿅. 10일이면 지치고 힘들어 대충하실만도 한데 절대 프로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으시고 항상 딱 집중해서 그리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브리핑하시고 비행하시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사람들을 대하고 말을 건네는 자세를 보며, 아 진짜 스타일이 이탈리아 아저씨처럼 좋거나 위치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이런 분을 보고 '섹시한 중년'이라고 하는 구나 라는 것을 느꼇던 순간. 나도 저렇게 나이를 하나씩 모아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제 헤어지는 마지막 비행, 외부점검을 마치고 들어오시는 기장님께 "기장님, 10일동안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저희 이번 비행 기념으로 기장님과 사진한번 찍고싶습니다" 라고 건넷더니 "나도 민기장 덕에 성장해서 고마워. 우리 주머니에 손넣고 건방지게 찍어볼까?". 이제는 몇끼와 몇잔을 같이했는지 동네 어른 마냥 친해져 웃으며 함께 했던 시간 '기장님, 참 멋있는 어른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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