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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amic K Oct 02. 2020

수고하셨습니다

추석엔 사람냄새

비행가려 새벽에 버스정류장에 서있는데 기장님 한분 오시기에 "안녕하십니까, 어디가세요?" 얘길 나누다 보니 참 신기하게 이번에 같이 가는 기장님이시네.
공항에 도착할때까지 서로 신기함에 이것저것 얘기하다 조종사들 항상 화제끊기면 하는 질문 "기장님, 다음 비행은 어디로 가세요?". 무심코 던진 일상적 질문에 돌아온 마음이 쿵하는 한마디 " 응, 나 이번이 마지막이야". 가을이여서 그런건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학교를 졸업하며 그리고 군대를 제대하며 느꼇던 그 복잡미묘한 그 심정 너무 잘 알것 같아 "기장님, 화장실 한번다녀오겠습니다". 몰래 뛰어가 조각케잌 한조각 가방에 숨겨서는 이륙후 순항고도에 올라가 한숨돌리고 딱 꺼내서는 "기장님, 그간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왕복 28시간의 수다. 아틀란타를 갈때도 가서도 그리고 오면서도 쉬지않고 서로의 인생을 나누면서 '아, 난 아직 참 배울게 많구나'. 40년동안 비행하시면서 그리고 살아오시면서 참 잘했던 것들 그리고 참 후회되는 것들 그리고 이제 시작하는 내가 걸었으면 하는 방향들을 말씀해주시는데, 갑자기 떠오른 광화문 교보문고 플랜카드에 적혀있던 한 문구. "한 사람이 온다는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그렇게 한사람의 인생을 오롯이 배우고 돌아오는 길에 아무래도 마음이 막 좀 그런거야..화려한 40년 비행인생 마치고 가시는 길, 몬가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같이 비행하는 승무원분들께 부탁드려 다같이 모여 그간의 수고와 존경의 의미를 담아 박수로 축하해드리고 단체 기념사진 찍고 비행 시작부터 끝까지의 모습들을 조금씩 내 사진기에 담아 랜딩후 드렸더니 기장님 내 손 꼭 잡으시곤 고맙다고. 진짜 고맙다고. 나 비행 40년하면서 첫 사진이라고. 나도 괜히 마음찡해 아니라고. 진짜 아니라고. 많이 배우고 가는 비행이었다고. 그렇게 감성터치의 시간을 마치고 같이 분당오는 버스에서 내렸더니 사모님이 픽업오셔서는 어서 타라고. 바래다 주시겠다고. 한사코 괜찮다 말씀드렸지만 어여 타라고. 빨리타라고. 집에까지 태워주시고 내리는데 내눈 마주치시고는 고맙다고. 진짜 고맙다고. 보내주신 사진 가족끼리 보면서 많이 울었다고. 많이 뭉클했다고. 아들처럼 그런순간  남겨준 마음이 참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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