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는 말이 있더라. 가방끈이 짧은지라 사전을 찾아보니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하기는 하여도 아랫사람이윗사람을 사랑하기는 좀처럼 어렵다는 말' 이라는 뜻을 갖고 있더라. 나이가 들어갈수록 옛말 참 틀린말 하나 없다는걸 느껴가는 요즘, 이말이 그렇게 와닿더라. 내가 우리 할머니를 그리고 부모님을 사랑하긴 하지만 내 딸래미한테 처럼 한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않고 막 바라만 봐도 행복하고 그러건 아니거든. 막 내리사랑에 대한 말에 끄덕이고 있다가 이번에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어? 치사랑도 가능한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문득. 5명의 손자와 6명의 증손자 중에서도 나혼자 옆에 계속 붙어 앉아 할머니 귤까드리고 수다떨고 식사 먹여드리고 이동시켜드리고, 그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그냥 계속 옆에 있고 싶더라. 그냥 할머니 얼굴만 봐도 그냥 좋고 주름살은 백만개지만 그래도 그게 또 그렇게 귀엽고. 계속 붙어있으면서도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던 이틀을 보내며 '옛말 틀린거 한개 있네'. 그렇게 기분좋은 이틀을 보내고 엄마랑 각시랑 애기랑 데리고 집으로 오는데 이번엔 엄마가 또 그렇게 귀엽더라. 내 호두과자 뺏어먹는것도 커피 몰래 뺏어먹다 걸려서 손들고 있는것도. 근데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라. '아..진짜 옛말 틀린거 하나 없는게 맞구나'. 항상 내게 슈퍼맨이고 원더우먼 이었다가, 조금은 좁아진 아빠의 뒷모습과 핸드폰 기능을 몰라 내게 혼날까봐 조심스레 모아놨다가 물어보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이제는 내가 챙겨드리지 않으면 식사도 화장실도 못가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이제 내가 서서히 그들에게 캡틴민씨집안 이자 아이언민 이라는 걸 이제야 알겠더라. 나이는 아래지만 이제는 내가 부모님께 도움을 드려야하는 나이가 됫기에, 이제는 그들에게 점점 치사랑보단 내리사랑처럼 드려야 하기에 다시 그 마음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것 같더라. 1살짜리 우리 딸래미와 100살짜리 우리 할머니, 내 사랑을 받기위해 펼치는 이 두 여성의 레알 '세기'의 대결. 사랑받으며 크는 딸래미와 뿌렸던 사랑을 거두는 할머니, 이 한세기의 바톤터치를 보면서 느끼는것도 감사한것도 참 많았던 이번 날들. #전주#할머니#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