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단어와 보잘것없는 문장을 붙여놓고 글쓰기라 칭하는
나에게도 어느 정도 창작의 고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한 문장을 위해 본인의 모든 시간과 노고를 쏟아 넣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학인의 고통과는 비교해서도 안 되지만.
아내의 격려로 인해 생각날 때마다 한 글자 두 글자 끄적이다 보니
어느덧, 문장과 문장이 더해져 제법 덩치 있는 글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사실 좋은 글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럴듯한 문장 한 줄을 써놓았을 땐
기분이 좋다. 그런데 그 기분도 잠시, 쓸데없는 걱정도 함께 뒤따른다.
내가 그 한 문장을 지킬 여력과 책임 같은 것들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괜찮은 단어를 조합하고 이리저리 붙이는 희열에만 몰두하게 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글을 모아 책을 만들게 되면 그 책의 중간쯤엔
쓸데없이 염려만 하는 이 글을 꼭 집어넣으리라 다짐했다.
내가 존경하는 어떤 분께서는
어딘가에 숨지 마세요 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처음엔,
아니, 선생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하며,
무릎을 '탁' 치고 생각에 잠기곤 했는데,
곰곰이 생각하고, 또 그 문장을 마음속에 걸어놓고 살다 보니
대충 무엇을 말씀하고 싶으셨던 건지 알 것도 같다.
영국으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대영박물관 앞, 어떤 청년이 바닥에다
이 문장을 정갈하게 써놓은 걸 발견했다.
그때는 단지 그 장면이 멋져 보여서 사진으로 담아두었는데,
이번에 사진첩을 정리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난,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나, 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참 좋은 문장인 것 같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는 땅바닥에 멋진 글을 써가며,
좋은 사람이 되려고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그 청년은 비로소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애쓴다는 문장만 써놓길 반복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오늘의 나는.
보잘것없는 이 글 따위에 숨어 나의 존재와 삶을 대신하려는
처량한 나 자신을 마주하고 싶진 않다.
이것이 창작의 고통이라면
이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
정말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좋은 글의 무게감을 느끼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I’m not a good man. But, I’m trying to be a better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