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고장이 났는지 며칠 전부터 덜덜거린다.
엑셀레이터를 밟을 때마다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드는데, 돈 달라고 발목을 붙잡는 기분이 들어
운전을 할 때마다 약간의 괴로움이 동반된다.
그런데도, 나는 고장 난 자동차를 끌고 4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해남을 향해 달렸다.
나는 눈앞에 내비치는 자연의 모든 순간을 마치 처음 마주하는 사람처럼 넋을 놓고 올려다보았다.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자는 날 깨워 저것 좀 보라고 손짓하며 산과 하늘을 가리키셨다.
그때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는데, 이 땅의 끝이라고 하는 지점에 도달해서야 난 무언갈 알게 되었고,
아마도 저것들은 영원을 담고 있기에 우리는 감탄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2주 전에 샀던 새 신발의 밑창은 얼룩덜룩 금세 더러워져 있고,
자동차는 덜덜거리며, 이곳저곳 앓는 소리를 한다.
무언갈 소유하는 순간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슬픈 역설을
우리는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며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영원한 것. 그 영원한 것을 한 번이라도 더 보게 하려고
부모님은 자는 날 흔들어 깨운 것일 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여행은 무언갈 훌훌 털어버리려 떠나는 일이라기보단
영원한 것들을 눈으로 보고 가슴속에 담아내는 일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몸뚱이에 영원한 것들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