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퇴사한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어.
결론을 끝내 짓지 못한 것 같았는데, 최근 들어서야 꽤 선명하게
윤곽이 잡힌 것 같다. “계속해서 퇴사의 이유를 찾는 것은 바보 같은 것이다.
퇴사 결정은 매우 잘한 것이며, 동시에 몹시 못난 선택이기 때문이다.”
라는 것으로 어느 정도의 결말을 지어 볼 수 있었지. 그런데 그 순간 공허하면서도 알 수 없는 허탈한 감정이
밀려오더니 이런 질문 앞으로 날 끌어내더라.
“그래서 우린 뭘 얻었지?”
솔직히 세상의 시선에서 우리가 얻은 건 없어.
오히려 퇴보했고 멀어졌으며 교착상태에 이르게 된 것처럼 보이겠지
그래서 어떤 멋진 것으로 지금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예전에 동네 친구들과 갔던 멋대가리 없고 도통 설명할 길 없는,
양 말한 짝과 핸드폰 충전기를 잃어버렸던 여행이 생각나더라고.
네가 으레 짐작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그 여행의 목적이 뭔지도 몰랐고
아마 그 누구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 거야. 말 그대로 정말 형편없고 바보 같은 여행이었어.
그날 나는 렌터카 조수석에 앉아 친구들과 노래를 한바탕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그 날따라 석양이 너무 멋진 거야.
너와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핑크빛 석양.
계절과 시간과 그날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그 묘하고도 아름다운 핑크빛 석양 말이야.
그래서 내가 지금 당장 차에서 내리자고 했더니
어떤 정신 나간 놈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가고 다음 날 보자는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히 미친 놈들이었지.
다음날도 그 핑크빛 석양이 분명히 뜰 거라 생각을 했던 거야. 그 차에 존재했던 모두가.
그래서 그렇게 지나쳐 갔어. 그 모든 아름다운 장면들을.
결국에는 그때 마시지도 못하는 술에 취해 억지 추억을 만들려 애쓰는 모습들이 너무
안타깝고 초라해 보이더라. 그런 우리가 너무 바보 같았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여행 이후로 계속해서 아주 단편적인 그 일이 내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 채로
이따금 상기되어 왔고, 너에게 글을 쓰고 있는 상황 가운데서도 언급하고 있다는 건 나에겐 꽤
충격적이고도 묘한 장면이었나 봐.
중요한 건 그 단편적 기억이 내가 삶 속에서 마주치는 모든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나타나 개입한다는 거야.
어느 순간 우리 모두가 이 바보 같고 멋대가리 없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 같았어.
그냥 다음에, 나중에, 시간이 되면, 그때가 되면 이라는 이 불분명하고 멍청한 가정법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거야.
그런데 나 또한 어느 순간 이 멋 없는 가정법에 따라 사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
그래서 우리가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거잖아.
어떤 환멸감 같은 걸 가진 채로.
그런데 그 이후로 이 힘겨운 시절 속에 우리는 계속해서 무얼 얻었나 라는 세상의 물음 앞에
다시 끌려오게 되는 거 같아.
솔직히 그 질문 앞에 설 때마다 왠지 계속해서 엑셀레이터를 밟아야 할 것 같았어.
불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계속해서.
무언갈 얻어야 하니까. 그 무언가가 뭔지도 모른 채 말이야.
지현아, 난 최근 우리의 모습이 너무 좋아.
그냥 이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은 것 같아.
우린 분명 멋진 길로 가고 있는 사람들일 거야.
때론 미치게 힘든데, 우린 그게 여행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잖아.
이번에도 역시 난 너와 말도 안 되는 여행을 하고 있지만, 정말 좋아하는 핑크빛 석양 앞에선 반드시
차를 세우고 그 앞에서 많은 것들을 나누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좋아.
그냥 그 자리에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게.
그것도 아주 멋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해.
지금은 줄곧 실패만 만나는 여정이지만, 이런 내 여정의 조수석에 앉아
함께 해주고 언제나 멋지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볼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언제든 차를 세우고 하나님께서 만들어 가시는 여러 장면을
우리의 시선 속에 또 가슴속에 담아내자. 그래서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 내자.
우린 많은 걸 배우고 많은 걸 얻어가며 살아가고 있어.
그럼에도 세상은 끊임없이 질문할 거야.
그래서 얻은 게 도대체 뭐냐고.
세상으로부터 무언갈 얻어내려 미친 듯이
질주하는 사람이 되기보단
좋은 사람이 돼서 우리가 가진 걸 다 나누는 사람이 되자.
그냥 빈털터리 거지처럼
오래된 아파트에 살아도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고
구닥다리 넝마를 걸쳐 입어도
낭만을 노래하는 사람들이 되자.
실수하고 실패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또 깨닫고 그렇게 살아가자.
멋진 석양 앞에 잠시 멈출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또 누군가에겐 우리가 석양이 되어주자.
잘 알겠지만, 돈을 많이 벌어다 주진 못할 거야
그래도 비겁해지진 않을게.
더 넉넉하고 여유 있는 사람이 될게
더 겸손하고 좋은 사람이 될게
그렇게 변해갈게
어느 계절처럼 무르익어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