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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브 Sep 25. 2021

마음을 읽는 초능력에 관하여

어린 시절 흔히 보던 드라마나 영화에 보면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온다. 나의 어린 시절엔 그런 초능력을 매우 부러워 했었다. 그건 아마 사춘기를 지나 학창시절까지, 그리고 더 나아가 대학생, 사회초년생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홀로 좋아하던 사람의 마음을 읽고 싶고, 부모님의 마음을 읽고 싶었고, 때로는 선생님의 마음을 읽어 시험문제가 무엇인지도 알고 싶었고, 적들의 마음을 읽어 방어하고 싶고, 힘든 이의 마음을 읽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막연히 어릴 때부터 대중매체로 학습해온 모습과 상상만을 가지고 가진 생각들이니 나름 귀엽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그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의외로 별 것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늘 마음을 읽고 산다. 사람의 표정, 행동, 말과 말투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은 우리로 하여금 상대방의 생각과 느낌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해석해내게 한다. 우리는 늘 마음을 못 읽고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처한 작금의 현실을 더욱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은 이미 우린 모두의 마음을 해석해내고 있으나 우리 자신의 마음을 속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는 늘 우리 자신을 속이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뱉는 말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떤 마음이 들지 알면서도 우리는 늘 그것을 애써 부인하고 모른척하며 그 말들을 뱉고, 상대방이 내게 상처를 주거나 공격을 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아는 말들마저 우리는 우리의 심리적인 요인들로 인해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갈등을 조장한다. 보통 사람은 누구나 정답을 알고있다.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갈등상황을 종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그러나 그게 쉽게 안되는 이유는 자존심과 수많은 우리의 인지적 오류 때문이다. 누군가와의 갈등상황에서 내가 상대방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갈등상황이 어느정도 해소되고 상대방도 나에게 존중해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몰라서 책에서 그런 내용을 찾아 읽는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다. 다만, 정답을 알고있다는 것을 평소에는 잊고 싶을 뿐이다. 자신이 정말 잘났다고 생각하는가? 자신에게는 정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몰라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힘들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저 자신의 욕구와 자기애로 인해 스스로를 장님으로 만들고 있는가.



어릴적 보았던 초능력자의 진짜 초능력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 마음을 읽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도록 자신의 인지오류와 순간적인 욕망을 배제한 채 그 시기에 적절한 행동을 해내는 실행력이 초능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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