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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er Sep 16. 2021

나는 당신이 참솜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Elio - 참솜]

나는 당신이 참솜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을 알고 난 후에는

내가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다

당신은 아슬아슬 소리치는 박하사탕

잘해봐야 빛바랜 1월의 플라타너스



기대와 바람은 늘 일방적이어서

상처를 준 사람은 없고

받은 사람만 있다



풍덩

던진 적 없는 물이지만

여파는 분명하다



그렇게

지낸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동시에

동시에 지낸다



모른 척 아닌 척

의도하지 않았던 척 금세 잊은 척

시간이 많이 지난 척

생각보다 둔한 편이라 신경 못 쓴 척


그렇게 받은 사람과 준 사람은 같은 시간 같은 공기 속에

함께 지낸다


보이진 않지만 분명한 벽이 서로를 가로막고 있는 척

우리의 운명은 이제 각자 흘러가게 되어서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척



새로 날이 밝으면

그 전과 후가 달라진 척

아예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 척

그때의 나와 그때의 너와

그때의 우리 관계는 그랬었지 다른 인격이었던 척

그리고 지금 그 관계를 이야기하기는 좀 맞지 않은 모양새가 되어버린 척

지난 것은 고작 몇 시간뿐인데

마음의 벽은 커질 대로 커져서

분명히 우리의 사이를 가로막고 서 있다



반대편은 생각 못하는 척

보이지 않는 척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각자 짊어진 무게를 스스로 풀 수밖에 없는 운명인 척



서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인 척

그렇게 등을 지고 섰다

때로는 내가 등을 지고

때로는 당신이 등을 진다



참솜을 닮은 너는

온데간데없고

어느 추운 겨울 아무도 돌보지 않은 건조한 플라타너스가 되어

가끔 바스락 소리를 들려올 뿐이다


 


참솜 - E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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