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약속들이 한 편의 짧은 시로 남을 때
속삭이던 말들이 몇 개의 아픈 선율이 될 때
서로가 각자의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할 때
그때 기억은 노래가 된다
우린 노래가 될 수 있을까
몇 개의 계절이 지나가면
함께 지새운 밤을 모두
기억할 수 있을까
함께였던 동해의 깊고 차갑던 밤을 기억해
떠오르던 태양의 그림자 같던 윤슬도 기억해
이 모든 걸 기어이 붙들고 영원히 간직한다면
그 모든 말들과 약속들을 영원히 잊지 않는다면
우린 노래가 될 수 있을까
몇 해의 시간이 흘러가면
함께 울었던 날들 모두
추억이라 부를까
이렇게 사라지고 있어
아무런 의미도 되지 못한 채
- [우린 노래가 될까], 너드커넥션
우리가 추억이라 부르고
부를 거라 생각했던 그 많은 순간들이
추억이 채 되지 못하고
하물며 노래는 더욱 되지 못하고
그저 지나가는 한 때의 기록되지 않는 바람이었음을 알아차렸을 때
우리는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힘없는 바람과
가망 없는 기약들이
그저 지나치는 신호등 불빛 하나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우리는 차라리 그를 알아차리지 못한 체하는 편을 택했다
하루 이틀
그리고 한 해 두 해
기억하지 못하는 날들이 겹겹이 쌓여갈 때
우리는 언제까지고 갚지 못할 빚에 대한 이야기를 그저 읊조릴 뿐이었다
우리 중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것은 분명한 고의였다
리뷰할 수 없는 영화를 보고 난 후처럼
우리는 그것을 봤다는 이야기조차 잘 하지 않았다
어렵게 건넨
그러나 기록되지 않을
어느 어두운 모퉁이 술 한잔 되지 못할 그런 이야기들
기억들 마음들, 한숨들
우리는 노래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