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yner Dec 29. 2021

우린 노래가 될까

오래된 약속들이 한 편의 짧은 시로 남을 때

속삭이던 말들이 몇 개의 아픈 선율이 될 때

서로가 각자의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할 때

그때 기억은 노래가 된다

우린 노래가 될 수 있을까

몇 개의 계절이 지나가면

함께 지새운 밤을 모두

기억할 수 있을까


함께였던 동해의 깊고 차갑던 밤을 기억해

떠오르던 태양의 그림자 같던 윤슬도 기억해

이 모든 걸 기어이 붙들고 영원히 간직한다면

그 모든 말들과 약속들을 영원히 잊지 않는다면

우린 노래가 될 수 있을까

몇 해의 시간이 흘러가면

함께 울었던 날들 모두

추억이라 부를까


이렇게 사라지고 있어

아무런 의미도 되지 못한 채


- [우린 노래가 될까], 너드커넥션



우리가 추억이라 부르고

부를 거라 생각했던 그 많은 순간들이

추억이 채 되지 못하고

하물며 노래는 더욱 되지 못하고

그저 지나가는 한 때의 기록되지 않는 바람이었음을 알아차렸을 때

우리는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힘없는 바람과

가망 없는 기약들이

그저 지나치는 신호등 불빛 하나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우리는 차라리 그를 알아차리지 못한 체하는 편을 택했다


하루 이틀

그리고 한 해 두 해

기억하지 못하는 날들이 겹겹이 쌓여갈 때

우리는 언제까지고 갚지 못할 빚에 대한 이야기를 그저 읊조릴 뿐이었다

우리 중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것은 분명한 고의였다


리뷰할 수 없는 영화를 보고 난 후처럼

우리는 그것을 봤다는 이야기조차 잘 하지 않았다

어렵게 건넨

그러나 기록되지 않을

어느 어두운 모퉁이 술 한잔 되지 못할 그런 이야기들

기억들 마음들, 한숨들

 

우리는 노래가 될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음악은 나를 데려가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