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사이에 믿음이 생겼다면
어떤 모양일까
어떤 크기에 어떤 색깔을 가졌을까
나는 늘 그것이 궁금했다
그러나, 또한, 나는 늘 번번이 실패했다
우리를 둘러싼 믿음의 모양새가 너무 제각각이어서
그를 차마 비교하고 견주어 볼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그것들이 서로 큰 오차 없이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마음 편했는지 모른다
또는 그렇게 믿지 않으면 차마 그 모든 불안들을 떠안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렇게 문제를 덮어두고 믿음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동안,
그것 때문에 우리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동안
정작 그게 우리를 아프게 하는 원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이 우리를 힘들게, 가슴 여미게 하는 무엇이라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서로를 향한 각자의 마음을 더욱 견고히 하자는 데에만 의견을 모았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