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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yner Sep 30. 2023

비행(飛行) 소년 : 자꾸만 몸이 뜨는 사람

- 글을 쓰고 읽는 일


얼마 전 드라마화 되면서 많은 인기를 끈 ’무빙‘에서 주인공 봉석이 초능력으로 몸이 공중에 뜨는 것을 보며 기시감이 들었던 것도 그 때문일 거다


특히 기분이 좋을 때 그의 몸은 자꾸만 바닥에서 떨어졌다. 초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 봉석의 엄마는 봉석을 살 찌우고 가방에 돌과 무게추를 넣었다. 공중에 뜨는 봉석이 맞게 될 삶에서의 크고 작은 위험들을 막기 위함이었다.


나에게는 그것이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일 같았다. 내가 자꾸만 두둥실 떠오르려 할 때, 구체적이지 않고  관념화된 추상에서 답을 찾고 타협하려 할 때, 현실의 치열함이나 한계들을 외면하고 아름다운 이상만을 쫓으며 안주하려 할 때, 그리하여 마주하게 될 현실의 빈약과 비루함들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쓰기와 읽기였다.


내가 자꾸만 떠오르려 할 때, 중심을 못 잡고 본질이나 자존에서 멀어지려 할 때 다시금 나를 붙잡고 다독이는 속삭임들. 나를 객관화시키고 검토하게 만드는 시간들. 가슴을 뜨겁고 벅차게 만드는 문장들.


매일 출근을 하고 월급에 대한 밥값을 하거나 대출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대단히 현실적인 일들을 묵묵히 해내기 위해, 나는 스스로 모래주머니와 무게추를 가방에 넣어야 할지 모른다.


영웅이 된 봉석처럼 언젠가 나도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이상과 일상 사이 그 어느 적절한 지점을 찾을 것이다. 그때까지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봉석의 아버지는 잘 나는 방법은 잘 착지하는 법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잘 날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잘 내려앉는 것이라는 깨달음. 내게 안전한 착지를 보장할 그것, 나의 자유로운 비행을 비로소 가능케 하는 것. 내가 쓰고 또 읽기를 반복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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